섭씨 33도 이상을 오르내린 폭염 속에서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SK텔레콤 오픈이 부활한 골프 천재 이상희(24)의 우승으로 22일 막을 내렸다. 이날 마지막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한 이상희와 김경태(30ㆍ신한금융그룹)의 우승 경쟁 못지않게 주목을 끈 선수는 단연 최경주(46ㆍSK텔레콤)다.
최경주의 선전 여부는 대회 전부터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시차 적응이 덜 된 탓인지 1라운드에서 2타를 잃으며 일찌감치 우승권에서 멀어져 아쉬움을 남겼다. 현장의 한 관계자는 “나이에 장사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큰 우승 욕심 없이 자신의 스폰서가 주최하는 대회라 출전한 측면도 있지 않겠나”라며 “시차 적응도 그렇고 많이 피곤할 텐데 이런 땡볕에 저 정도까지 하는 것도 대단하다”고 했다.
1라운드 부진 후 우승은 힘들어졌지만 그래도 최경주는 최경주였다. 마지막 날 2타를 더 줄여 최종 합계 3언더파 285타로 공동 5위에 오르는 저력을 발휘했다. 팬심 역시 최경주에게 쏠렸다. 우승 여부에 관계없이 임한 최종 라운드에서 그는 구름 갤러리를 몰고 다녔다.
밖에서 10분만 서 있으면 등줄기에 땀이 줄줄 흐를 정도로 내리쬐는 뙤약볕이 그린 위를 후끈 달군 날씨였다. 그럼에도 100여 명의 갤러리들은 몇 시간 동안 이어진 최경주의 18홀을 내내 따라다녔다. 좀처럼 직접 보기 힘든 그의 플레이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으려는 듯 온 신경을 집중하는 모습이 무더위만큼이나 강렬했다. 18번홀에서 파 세이브로 대회를 마감하는 순간 갤러리의 박수갈채가 쏟아졌고 최경주는 환호하는 그들에게 매번 손을 들어 화답해주는 매너를 보였다. 스타 파워라는 걸 새삼 실감하는 현장의 광경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최경주의 모습에선 진정한 프로의 풍모가 느껴졌다. 4라운드를 앞두고 “솔직히 현재 피곤하지 않다면 사람이 아닐 것”이라며 “하지만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각오를 다졌다. 그는 또 “우승 경쟁보다 후배들과 함께 즐겁게 경기하며 조언도 해주고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며 선배의 면모를 발휘하기도 했다.
주최 측인 SK 관계자는 “최경주가 1라운드에서 2타 정도만 더 줄여줬어도 하는 아쉬움이 컸다”며 “컷 탈락하면 어쩌나 하고 걱정을 많이 했는데 그래도 1라운드 오후부터 시차 적응이 되고 뒤늦게 제 컨디션을 찾았다. 무더위에 선전해준 것이라 본다”고 평했다.
KPGA 투어가 예전만 못하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들린다. 인기 하락으로 대회 수가 줄어들고 유망주들은 해외로 눈을 돌리는 악순환의 반복이다. 모든 프로 스포츠가 그렇듯 스타 파워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인기 회복을 위한 지름길은 새로운 스타의 출현이라는 걸 마흔 여섯 살 베테랑 최경주가 말해주는 듯했다.
올해로 20회째를 맞은 SK텔레콤 오픈은 KPGA를 대표하는 대회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총 상금 규모가 10억원에 달하고 대회가 열린 스카이72 골프클럽은 접근성에 관한 한 국내에서 둘째가라면 서럽다.
이런 호재로 주최 측이 집계한 갤러리 수는 1라운드 955명, 2라운드 1,340명, 3라운드 4,172명, 4라운드 1만27명 등 총 1만6,494명에 달할 정도로 성황을 이뤘다. 찌는 듯한 폭염을 감안하면 오히려 여자골프대회의 갤러리 수를 넘어섰다는 평가다. 그 중심에 최경주라는 ‘얼굴’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의미다. 영종도=정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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