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중 서울아산병원 심장병원장(심장내과 교수)
얼마 전 진료실에서 심부전으로 투병하다 심장이식을 받고 건강하게 지내고 있는 환자 몇 명이 설악산을 시작으로 백두대간 종주에 나섰다. 이들은 환우회 모임이나 병원에서 심장이식 대기자나 심장이식을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은 환우들을 위해 자신들의 경험과 지식을 나누고 도움을 주는 분들이다.
백두대간 종주를 통해 산을 오를 때 머리까지 울리는 심장 박동을 느끼면서 심장을 기증해주고 떠난 분들에 대한 감사하는 마음을 되새기고 싶다고 했다. 또한 본인들의 도전이 장기 기증 문화 활성화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일 년에 몇 번씩 진료실에서 만나 상담과 약 처방을 해주던 환자들이지만, 그날만큼은 내가 환자가 되어 그들에게 ‘도전과 희망’이란 처방전을 받는 기분이었다.
심장질환은 암에 이어 사망원인 2위의 질환이다. 최근 통계청 발표에 의하면 2014년 사망원인 중 심장질환의 사망률은 인구 10만 명당 52.4명이었다. 2013년과 대비해 증가율은 4.4%로 암보다 높은 증가율을 보였고, 10년 전에는 사망순위 3위였지만 이제는 뇌혈관 질환을 제치고 2위로 높아졌다.
사망률이 늘었다고 하지만 최근 20년간 심장학계에서는 수술이나 치료 방법의 개발과 끊임없는 연구를 통해 괄목할 만한 발전을 이루어 왔다. 수술이 어려운 판막질환 환자들에게 가슴을 열지 않고도 인공판막으로 교체할 수 있는 스텐트 치료를 시작했고, 심장혈관에 넣는 스텐트는 최근 몸 속에서 자연적으로 흡수되는 형태까지 진화했다.
인공심장이 개발돼 뇌사자로부터 심장을 기증받을 날만 손꼽아 기다리던 환자들에게 희망이 되고 있으며 3차원 검사기기를 이용한 부정맥의 정확한 진단이 이루어지고 로봇수술 등 다양한 수술법도 개발되었다.
심장과 폐 기능이 모두 망가져 생사를 넘나들던 중증 환자들이 이제는 심장과 폐의 기능을 대신해 소생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에크모 치료로 10명 중 7명 이상이 생존할 수 있게 된 것도 놀라운 일이다. 또한 초응급 상황인 대동맥 질환 환자를 위해 의료진간의 전국적인 네트워크가 만들어져 있어 환자 생존율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러한 의료진의 노력이 사망률 감소라는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운동습관과 올바른 식이관리, 금연 등 심장질환을 예방하기 위한 국민적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심장질환이 생기면 치료시기를 놓치지 않고 전문가에게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또한 심정지 등 응급상황에서의 올바른 대처법을 익히는 것도 중요하다.
최근에는 각종 단체나 언론에서 심장질환의 골든타임, 심폐소생술 등을 지속적으로 교육하고 있어 이제는 심정지 시 흉부압박 정도는 초등학생들에게는 익숙한 응급처치법이 되었다. 나아가 직장인, 학부모, 고령층에서도 각종 사이트나 동영상, 쉽게 접할 수 있는 교육들을 통해 숙지해야 할 것이다.
심부전으로 숨이 차서 몇 걸음조차 걷기 어려웠던 환자들이 ‘다시 뛰는 심장으로’ 백두대간 종주를 꿈꿀 수 있는 것처럼 심장질환 환자들에게 희망은 결코 과욕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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