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전자변형식품(GMOㆍGenetically Modified Organismㆍ유전자 조작식품)이 올해로 20년을 맞았다. 1996년 미국 몬산토 사가 제초제 ‘라운드업(글리포세이트)’에 내성을 지닌 GMO 콩 ‘라운드업 레디(Roundup Ready)’를 개발해 재배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생명체의 암호’인 유전자를 인위적으로 바꾼 GMO의 안전성 논란은 지금도 끊이지 않고 있다. 장호민 한국생명공학연구원 한국바이오안전성정보센터장은 “현재 우리 인류가 알고 있는 수준에서 안전성을 확인한 결과로는 모든 사람이 동의할 정도로 ‘위험하다’, ‘아니다’라고 결론 내리기 힘들다”고 했다.
GMO 국내 수입 세계 2위 규모
현재 GMO 농산물은 30개국에서 재배하고 70개국에서 먹고 있다. GMO 종자는 세계 종자 시장의 35%를 차지하며 20년 간 100배 이상 성장했고 재배면적도 미국 땅의 몇 배나 될 정도(2억 헥타르)로 계속 넓혀가고 있다. 국내 수입된 GMO 농산물은 1,000만 톤으로 세계 2위 규모다. 콩기름 고추장 된장 간장 올리고당 빵 과자 참치캔 샐러드드레싱 카놀라유 등 거의 모든 가공식품에 GMO가 포함돼 있다.
우리나라는 2015년 이후 전국 7개 지역에서 10개 품목의 GMO 농산물을 시험 재배하고 있거나 예정돼 있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경기 수원, 충북 천안, 전북 전주, 완주, 전남 무안, 강원 평창, 경남 밀양 등 7개 지역에서 벼, 감자, 사과, 콩, 유채 등 모두 10개 품목의 GMO 농산물을 시험 재배했다.
GMO 농산물에 대한 국민적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일부 학자들이 GMO를 먹어도 안전하며, 긍정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유장렬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박사는 "지난 20년 동안 GMO 농작물 재배를 통한 이산화탄소 배출 감소량은 1,240만대의 차량을 운행 정지시킨 효과와 같다"며 "이는 국제 학술지에 소개된 내용"이라고 했다. 유 박사는 GMO를 주제로 전 세계에서 수행된 147건의 연구결과를 메타분석한 결과, 20년 동안 GMO는 작물 생산량을 22%, 농부 이익을 68% 높인 반면 농약 사용량은 37% 줄였다”고 했다.
반면 김성훈 경제정의실천연합 소비자정의센터 대표는 GMO의 위험성이 가습기 살균제와 닮았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미래를 대비해 GMO 기술은 필요하고, GMO의 위험성은 아직 과학적 근거가 없다’는 주장은 ‘GMO 장학생’, 속칭 ‘몬산토 청부 과학자’가 오래 전부터 되풀이 해온 주장”이라고 했다. 김 대표는 “GMO의 거의 필수적 동반자인 몬산토 사의 제초제 라운드업이 지난해 3월 세계보건기구(WHO)에 의해 발암성 물질로 분류됐다”며 “살포된 작물에 스며들어 잔류한 라운드업 성분은 급증하는 어린이 자폐증 원인이 되고 있다는 것이 미국 학계와 언론에 보고됐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GMO 농산물은 예기치 않은 환경에 의한 변이나 촉진자 활성화, 시간이 지난 뒤에 형질이 전환될 가능성이 있지만 이에 대한 검사는 이뤄진 바 없고, 확인 자체가 불가능하다. 김 대표는 “헝가리는 왜 정부가 앞장 서 GMO 옥수수 밭을 발견하는 즉시 불태워 버리고, 왜 대만은 어린 학생들의 급식에 GMO 사용을 금지하는지, 만성적인 식량부족국가인 짐바브웨는 가뭄에도 불구하고 왜 GMO 옥수수 수입을 허용하지 않는지 알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성권 세종대 식품공학과 교수는 “GMO의 찬반 주장에 앞서 우리 고유의 뛰어난 유전자원의 보호방법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미국 대선에서도 ‘뜨거운 감자’
현재 진행 중인 미국 대선에서도 GMO에 대한 공화당과 민주당의 의견은 격하게 대립하면서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민주당 대선 후보로 유력한 힐러리 클린턴과 공화당의 사실상 대선주자인 도널드 트럼프는 둘 다 친(親)GMO 입장이지만 가장 진보적인 민주당 경선주자 버니 샌더스는 반(反)GMO편이다.
샌더스 후보만 유일하게 GMO 표시의무제를 지지하고 나섰다. 샌더스 후보의 출신 지역인 버몬트 주는 미국에서 유일하게 GMO를 유통할 때 포장지에 ‘GMO 원료로 만들었다’고 의무 표기하도록 하는 법을 2014년 5월 주 의회에서 통과시켜 올 7월부터 시행한다. GMO이슈가 진보와 보수를 가르는 잣대인 셈이다.
GMO 상업화 이후 지난 20년간 가장 첨예하게 의견 대립을 보이고 있는 곳은 미국과 유럽연합(EU)이다. 지난해 28개 EU회원국 가운데 19개국이 GMO 농산물 재배를 금지하기로 결정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우리 식탁에 올라오는 GMO 식품>
<자료: ‘종자, 세계를 지배하다’(시대의창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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