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오전 9시 50분 세종시청 앞에선 민중가요가 큰 소리로 울려 퍼지고 있었다. 분수대 뒤로 설치된 천막 아래에선 머리띠를 두른 택시기사들이 이춘희 시장과 조수창 시 균형발전국장을 성토했다. 시위장에는 ‘한 입으로 두 말 하는 이춘희는 사직하라’ 등의 글귀가 적힌 플래카드가 곳곳에 내걸렸다.
이 시위는 세종운수와 연기운수, 행복택시 등 세종지역 3개 법인택시 소속 90여명이 참여해 지난 15일부터 시작했다. 이들은 세종시의 미숙한 행정 탓에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다며 “세종시가 허가한 웅진택시와 한일여객의 영업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이날 시위는 수년 전부터 계속되고 있는 택시 업체 간 영업 구역을 둘러싼 다툼에서 비롯됐다. 2012년 7월 1일 세종시가 출범하면서 공주에서 세종시로 편입되는 지역으로 공주지역 업체인 웅진ㆍ한일이 이전하면서부터다. 두 업체는 2011년 공주시의 허가를 받아 주사무소를 의당면(현재 세종시 장군면)으로 옮겼다. 택시회사들은 주사무소가 있는 지역에서만 영업하도록 하도록 한 현행법에 맞춰 이전한 뒤 2012년부터 세종에서 영업하기 위해서였다.
연기군 시절부터 영업 중인 세종ㆍ연기ㆍ행복택시는 즉시 반발했다. 웅진ㆍ한일이 위장전입 했다며 이들 업체의 주사무소 변경 허가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2년 간의 소송 끝에 3개 택시업체는 패소했고, 웅진ㆍ한일은 2014년부터 세종에서 영업을 시작했다.
3개 업체는 또다시 소송을 제기했다. 이번에는 한일ㆍ웅진의 사업구역이 공주에서 세종으로 바뀌는데도 공주시가 2011년 영업허가 당시 수요와 적정 공급량 판단 등 별다른 절차 없이 해준 것은 위법이라는 주장이었다. 이번에는 대법원이 이들의 주장에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 판결 이후 고민을 거듭한 세종시는 “대법원의 판결을 고려하고, 택시 적정 공급량을 감안했다”며 지난 12일 웅진ㆍ한일의 택시 30대 가운데 19대의 운행을 허가했다. 이런 세종시의 결정에 3개 업체는 시청사 앞에 천막을 치고 농성에 들어갔던 것이다.
두 번의 법적 다툼까지 벌어지며 4년 간 이어진 갈등의 피해는 시민에게 고스란히 돌아갔다. 세종시의 택시총량은 현재 271대다. 인구 23만명을 넘어선 현재 1대당 인구가 무려 848명에 이른다. 지난해 8월 기준으로도 699명이었다. 당시 기준으로도 세종은 대전(173명), 청주(203명)에 비해 3배 이상 많다. 세종시민들은 그만큼 택시 이용에 어려움이 많다는 얘기다. 지난 14일부터 18일까지 4일 동안 3개 업체가 택시를 세우면서 시민들은 큰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다. 세종시가 웅진ㆍ한일의 택시 19대의 영업을 허가한 것도 이 때문이다.
세종 신도심에 사는 박모(44)씨는 “이달 초 첫마을에서 콜택시를 한참 기다려도 타지 못해 결국 빗 속을 10분 이상 걸어가 간선급행버스(BRT)를 타고 출근했다가 지각을 해 눈치를 봐야 했다”고 말했다. 당시는 대법원의 판결로 웅진ㆍ한일의 택시 30대가 영업하지 못할 때였다.
세종시 관계자는 “인구는 급속도로 늘고 있는데 택시 수는 턱없이 모자라 시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며 “앞으로도 택시업계의 입장도 고려하겠지만 시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하는데 초점을 맞춰 판단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