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23일 미국과 베트남의 군사ㆍ안보분야 협력 강화에 대해 “지역의 평화안정에 도움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베트남과 극한 갈등으로 치닫지 않으려는 전략적 판단에 따라 직접 대응은 자제했지만 양국의 밀착이 역내 긴장을 고조시킬 가능성에 대해선 촉각을 곤두세웠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우리는 베트남이 미국을 포함한 모든 국가와 정상적인 우호ㆍ협력관계를 발전시키는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한 뒤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며 일종의 단서를 달았다. 베트남이 미국과 경제ㆍ안보 등의 분야에서 협력하는 것 자체를 문제삼지는 않겠지만, 양국의 협력이 남중국해 분쟁을 비롯한 역내 현안에서 갈등과 대립을 고조시키는 쪽으로 가서는 안된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화 대변인은 베트남에 대한 무기금수 해제 조치와 관련해서도 “무기금수는 냉전의 산물로 당연히 존재해서는 안된다”며 “이번 무기금수 해제 조치가 지역의 평화안정과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이 같은 대응은 베트남 껴안기에 나선 미국에는 날을 세우면서도 가급적 베트남은 자극하지 않으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 미국과의 협력을 강화한다는 이유로 베트남을 적대시할 경우 유사한 상황에 있는 다른 주변국들과도 갈등관계에 놓일 수 있다는 점에서다.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도 이날 사설에서 “중국과 베트남은 남중국해 영토 갈등에서는 맞상대이지만 같은 사회주의 정치체제를 가진 국가이고 베트남 개혁ㆍ개방정책의 가장 큰 지지자도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남중국해 영토 갈등을 파고들어 역내 안정을 해치는 무리수를 둬선 안된다”고 경고했다.
중국은 최근까지도 “베트남이 필리핀 같은 미국의 동맹국이 될 가능성은 없다”고 공언해왔다. 베트남이 미국을 실용적 차원에서 이용할 뿐 중국의 중요성을 대체할 수는 없다고 자위해온 것이다. 베이징 외교소식통은 “중국 입장에선 베트남이 친미 국가로 변모하는 상황이 최악”이라며 “베트남이 미국의 첨단무기들을 도입하기 시작하면 남중국해 분쟁을 둘러싼 갈등은 그야말로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베이징=양정대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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