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임신 중 노출 3명 포함시켜
서울대 교수는 오늘 구속기소
가피모는 前 환경부 장관 등 고발
검찰이 태아도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형사2부장)은 23일 태아 시기 살균제에 노출된 아이 3명을 피해자에 포함시켰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정부의 조사에서 2등급 피해 판정을 받았다. 이 중 2명은 태아 시기에만 옥시레킷벤키저(옥시) 제품에 노출됐고, 다른 1명은 태아 때부터 생후 10일까지 옥시와 홈플러스 제품에 노출됐다. 모두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을 원료로 쓴 제품들이다.
검찰은 태중에서 간접적으로만 PHMG의 영향을 받은 2명까지 피해자로 볼 것인지 고민해 왔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들을 피해자로 인정한 근거는 조모(56ㆍ구속)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의 실험 결과였다. 조 교수는 2011년 9월 옥시의 의뢰로 생식독성 실험을 한 결과 PHMG에 노출된 임신한 쥐의 태아 15마리 중 13마리가 죽어 PHMG의 유해성이 확인됐다. 옥시는 조 교수의 생식독성 실험 보고서를 제출받지 않고 거부했지만 지난 2월 검찰이 압수수색에서 이를 확보했다. 검찰은 옥시 측으로부터 뒷돈 1,200만원을 받고 옥시 측에 유리하게 보고서를 작성해준 혐의(수뢰 후 부정처사 및 증거 위조 등)로 24일 조 교수를 구속기소한다.
이날 옥시의 전 대표 존 리(48ㆍ미국)씨가 업무상 과실치사 및 과실치상 혐의의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그는 검찰 조사에 앞서 한국어로 “정말 가슴 아픕니다”라고 말한 뒤, 영어로 “피해자와 가족들에게 기도와 애도를 표한다”고 말했다. 검찰은 2005~2010년 그가 대표로 재직 중 호흡곤란 등 제품 부작용을 호소하는 민원을 접수하고도 제품 회수 및 판매중단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경위와 영국 본사에 이를 알리고 지시를 받았는지 집중 추궁했다.
또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와 가족모임(가피모)은 강현욱ㆍ김명자 전 환경부 장관 등 정부 관계자 18명을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23일 검찰에 고발했다. 강 전 장관과 김 전 장관은 각각 PHMG(1997년)와 염화에톡시에틸구아니딘(PGH·2003년)이 처음 제조ㆍ수입돼 유해성 심사가 진행될 당시 환경부 장관을 지냈다. 가피모는 “정부는 유해성 심사 당시 노출경로가 ‘흡입’으로 확인됐음에도 관련 자료를 전혀 제출 받지 않은 채 심사했고, 위험성이 확인된 뒤에도 방치해 수많은 국민들을 사망·상해에 이르게 했다”고 주장했다. 소송 대리를 맡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하주희 변호사는 “법령상 업무상 과실에 해당된다”고 말했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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