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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욱씨남정기' 권현상, 서른 중반에 마주한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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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욱씨남정기' 권현상, 서른 중반에 마주한 현실

입력
2016.05.23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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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36세 미혼 남성이 가진 고민은 대부분 비슷하다.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배우라고 다를 게 없다. 연애, 결혼, 직장, 미래 등 모든 현실이 걱정된다. 권현상은 타고난 성향이 현실주의자라 이미 현실이 만만치 않다는 걸 받아들였음에도 세상 사는 게 쉽지 않다. 오디션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셨고, 현장에서 역할이 사라졌다는 통보를 받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원래 내 것이 아니었던 거지"라며 툭툭 털고 일어났다.

-올해로 연기생활 9년차다.

"점점 현실적인 생각을 한다. 직장 생활은 해보지 않았지만 '욱씨남정기'를 찍으면서 현실에 대해 다시 한 번 느꼈다. 사회에서는 때론 찌질할 필요가 있다. 극중 박현우 캐릭터에 많이 공감했다."

-박현우의 어떤 점에 공감했나.

"여직원이 성추행 당한 걸 알면서도 편을 들어주지 못했던 장면이 있다. 학자금대출, 월세, 생활비 등 당장 닥친 일들에 회사에서 잘릴까 봐 눈을 감았다. 솔직히 말하면 나도 그랬을 것 같다."

-공감되지 않는 부분도 있었나.

"정리해고 장면이다. 누군가 한 명이 나가야 되는 상황에서 서로 나가지 않으려고 악을 쓴다. 그러다가 한과장의 퇴사가 결정되자 굉장히 슬퍼한다. 사람이 한 순간에 돌변하는데 이중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감정들이 이해가 잘 안 돼 감독님과 상의를 많이 했다."

-현장에서 팀워크가 좋았다고 들었다.

"웃음을 못 참아 NG가 난 적도 있고 애드리브 때문에 돌발 상황도 있었다. 분위기메이커 윤상현 형 덕분이다. 하루 종일 농담을 한다. 현장 분위기는 주인공 따라간다는 걸 다시 한 번 실감했다. 형을 보며 많이 배웠다."

-윤상현한테 대본에 없던 뺨까지 맞았다고.

"리허설 때 하지 않았다가 촬영 때 갑자기 손이 훅 들어왔다. 사전에 약속되지 않은 장면이라 깜짝 놀랐다. 나도 모르게 연기가 아닌 자연스러운 반응이 나왔다."

-현장이 스펙타클 했겠다.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했다(웃음). 언제 어디서 돌발 신이 나올지 누가 알겠나. 상현이 형은 알았을지도 모른다."

-극중 짝사랑이 이뤄지지 않아서 아쉽겠다.

"전혀 아니다. 짝사랑으로 끝나 오히려 좋았다. 원래 시나리오 상에는 둘이 사내커플이었는데 대본이 발전해가면서 짝사랑이 됐다. 상대역인 황보라와는 원래 친분이 있어 연기하는데 편했다."

-짝사랑을 해봤나.

"어렸을 때 해봤다. 짝사랑하다가 사귀게 됐는데 금방 헤어졌다. 막상 만나니 잘 안 됐다. 환상이 있었던 것 같다."

-굉장히 현실적인 답이다. 이성적인가.

"스스로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려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현실적이 됐다. 나이가 들면서 조심스러워지고 소심해졌다. 장단점이 있는 성격인 것 같다."

-연애할 땐 나쁜 남자 스타일이겠다.

"하하하. 그런 것 같다. 여자친구 입장에선 나쁜 남자로 받아들일 수 있다. 나는 이성적으로 생각해서 한 결정인데 그게 상대를 서운하게 만들기도 하니까."

-현실에 지쳐 힘들 때는 없나.

"왜 없겠나. 낙천주의자라 금방 털어내지만 슬럼프가 오면 심하다. 많이 왔었다. 그때마다 혼자 이겨내려고 했다. 내색하는 성격도 아니라 그냥 시간이 약이겠거니 했다."

-힘이 되는 존재는 누군가.

"친형이다. 두 살 터울인데 그냥 힘들다는 말 없이 '뭐해' 한 마디면 충분하다. 그럼 형이 다 알아듣고 '무슨 일이냐'고 되묻는다."

-아버지 임권택 감독에게 도움을 구한 적은 없나.

"전혀 없다. 도움을 주실 분도 아니다. 무서운 아버지다. 고민이 있어도 아버지한테만큼은 티를 내고 싶지 않다. 잘 하는 모습만 보여드리고 싶다."

-부자지간이 다 밝혀졌는데 본명 임동재로 돌아갈 생각은.

"권현상이라는 이름이 받침이 많고 어려워 그냥 현상으로 활동할까 고민해봤다. 받은 이름이고 또 그 이름으로 오래 활동했으니 돌아갈 생각은 없다. 그 당시엔 정말 아버지의 존재를 숨기고 싶었다. 임씨만 아니면 된다는 마음이었다."

-아버지를 숨기면서 배우를 선택한 이유는.

"내가 좋아하는 일이다. 2008년 데뷔해 천국과 지옥을 오가봤지만 그래도 이 길은 가야겠다는 생각이다."

사진=이호형 기자

황지영 기자 hyj@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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