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카니니 이후에 오페라는 좋지 않은 습관을 가진 장르가 돼버렸습니다. 특히 최근 성악가들의 오페라 해석은 작곡가의 의도와 관계없이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화려한 단상 시절 마지막 사자’(2008년 뉴욕타임스)는 위엄과 자신감이 넘쳤다. 젊은 음악가들에게 이탈리아 오페라의 정수를 가르치기 위해 방한한 리카르도 무티 시카고심포니 음악감독 얘기다. 무티는 22~29일 열리는 ‘경기 리카르도 무티 아카데미’에서 한국 신인 음악가들에게 베르디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의 해석부터 표현법까지 세부 기술을 가르친다. 무티 아카데미는 세계에서 두 번째, 아시아에서는 첫 시도다. 지난해 이탈리아에서 열린 첫 오페라 아카데미에서 무티의 가르침을 받은 4명의 지휘자 중 한 명인 에리나 야시마는 그가 상임 지휘자로 있는 시카고 심포니의 보조지휘자로 임명(2년 임기)됐다.
무티는 23일 경기도문화의전당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젊은 뮤지션을 위한 오페라 아카데미를 만들어 성악가, 지휘자, 코치를 가르치고 싶었다”고 말했다. “내가 가르치는 건 전세계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아주 전통적인 이탈리아 방식”이라는 말에서 자부심이 묻어났다.
전설의 지휘자 토스카니니, 안토니오 보토를 잇는 ‘베르디의 적자’로 자신을 소개한 무티는 “베르디 오페라는 현대에 와서 굉장히 자의적으로 해석되는 경향이 있다”고 꼬집었다. “아시다시피 토스카니니는 베르디가 지휘한 오페라 ‘오텔로’에서 반주를 하던 사람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토스카니니는 오텔로를 연습할 때 베르디가 어떤 소리를 내는지, 가장 정확한 사운드를 아는 사람이었죠. 저는 46년 전 오페라 지휘를 시작했을 때 스승 보토를 찾아갔습니다. 그는 토스카니니의 제자이죠.”
1968년 마지오 무지칼레 피오렌티노 수석지휘자로 데뷔한 이후 그는 런던필하모닉 오케스트라(1972~1982),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1980~1992) 밀라노 라스칼라 극장 오케스트라(1986~2005) 등 유수의 오케스트라에서 음악감독을 역임했다. 라스칼라 극장 재직 당시 “성악가 의견을 무시하고 연출가도 휘어잡는 독재자”(소프라노 안젤라 게오르규)로 불릴 만큼 강한 카리스마로 단원들을 통솔하며 역대 음악감독 중 가장 긴 임기를 보냈다. 무티는 “중요한 건 제가 끊임없이 지휘를 했다는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46년 동안” 활동한 비결로 음악사 전체와 작곡가, 개별 작품을 연결시키는 거시적인 안목과 작곡가 의도에 충실한 지휘를 꼽았다.
20일 한국에 도착한 그는 21일 아카데미 최종 심사에 참여해 15명(지휘 3명ㆍ성악 9명ㆍ오페라 코치 3명)을 뽑았다. “베르디 오페라는 유럽 전체의 오페라사와도 일맥상통하죠. 벨칸토 시대 로시니 오페라부터 바그너 오페라까지 이어집니다. ‘나부코’나 ‘운명의 힘’의 테너와 ‘돈 카를로’의 테너가 같은 소리를 내서는 안되죠. ‘아이다’나 ‘오텔로’도 마찬가집니다. 베르디의 목소리를 가진 사람은 있다고 보기 힘들지만, 베르디 악센트를 가진 사람은 있습니다. 훌륭한 목소리가 많았지만 완벽한 건 아니에요. 흥미로운 목소리였어요. 그리고 이 분들을 완벽하게 가르치는 게 제 일입니다.”
팬 서비스도 빠트리지 않는다. 우선 하루 4시간, 8번 강의를 모두 일반에 공개한다. 27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는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협연을, 29일 경기도문화의전당에서는 아카데미에서 가르친 젊은 음악가들과 오페라 콘서트 ‘라 트라비아타’를 함께 만들어 선보인다. (031)230-3440~2
이윤주 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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