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급 이상 공무원ㆍ저명인사 등 수사사건 보고규칙 첫 제정
보고누락으로 인한 외압 논란ㆍ정보가공 등 오해 불식 조치
2014년 9월 송광용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이 임명 3개월 만에 급작스레 경질됐다. 서울교육대 총장이던 송 수석이 청와대 내정 직전 ‘1+3(1년간 국내대학에서 수학하고 3년은 외국에서 수학하도록 한 제도)유학제도’와 관련해 교육부 장관 인가 없이 해당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관여한 혐의(고등교육법 위반)로 경찰 수사를 받은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당시 서울경찰청장으로 최상위 보고라인에 있던 강신명 경찰청장은 “(관련) 보고를 받지 못했다”고 해 잡음이 일었다. 지방경찰청 최고 책임자가 현직 청와대 수석이 연루된 사건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경찰 보고체계에 대한 거센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경찰이 창설 이래 최초로 주요 사건의 보고 대상과 방법을 명문화한 ‘수사사건 보고규칙(훈령)’을 제정했다. 현재 내부적으로 범죄수사규칙 1개 조항 외에 마땅한 보고체계가 없어 송 전 수석 수사 때처럼 보고누락 등으로 인한 외압논란이 끊이지 않는 데 따른 조치다.
이번에 마련한 사건 보고규칙의 가장 큰 특징은 보고대상을 명확히 했다는 점이다. 규칙 5조는 장ㆍ차관과 국회의원, 자치단체장, 대학총장, 4급 이상 공무원 및 이에 준하는 저명인사가 개입된 경우 등 사건 유형을 11가지로 분류해 관할 경찰서장이 지방청장에게 의무 보고토록 규정했다.
판ㆍ검사와 변호사, 외교사절, 주한 미군, 19세 미만 아동ㆍ청소년 및 장애인 범죄 중 사회적 반향이 큰 사건도 보고대상에 포함된다. 경찰 관계자는 22일 “상급 경찰관서의 지휘가 필요하고 법률적ㆍ전문적 지원 등이 수반되는 사건들이 우선 보고대상에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규칙을 위반해 보고를 지연ㆍ누락하거나 내용이 유출될 경우 뒤따르는 제재 내용도 규칙에 명시했다.
경찰이 보고규칙을 새롭게 제정한 것은 그간 보고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뒤늦게 정보가공이나 외압 논란이 불거지는 등 수사력 낭비가 적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검찰은 이런 오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이미 1981년부터 법무부령으로 검찰보고사무규칙을 만들어 시행하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일선서 사건 담당자와 수사팀 차원에서 수사를 자체 종결하거나 언론에 노출된 이후 상급기관에 보고하는 사례가 자주 있어 왔다”며 “규칙 제정으로 유기적 수사협력 체계가 자리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고규칙은 내달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간다.
김성환 기자 bluebir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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