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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산업 수술 미룰 땐 국가경제 치명상… 국회가 처방전 제시를

입력
2016.05.23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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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ㆍ해운 등 제조업 전반

고부가 산업 전환할 골든타임

구조조정 자본 확충 방안 논란도

하반기 조선 등 실업사태 가시화

사회안전망ㆍ일자리 대책도 시급

한국 경제는 중대 기로에 서 있다. 경영진의 무능과 도덕적 해이, 정부의 안일함과 부적절한 대응, 정치권의 눈치보기 속에 눈덩이처럼 불어난 한계업종 부실 제거를 더 미적대면 국가경제 기반이 흔들릴 수 있는 중차대한 국면이다. 전문가들은 기업구조조정과 산업개혁은 20대 국회가 초당적으로 풀어야 할 가장 시급한 경제 현안이라고 입을 모은다.

20대 국회가 구조조정과 관련해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로 ▦한계산업과 기업들의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그리고 이에 대한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등에 대해 국민들에게 공개하는 것이 꼽힌다. 국민의 동의 없는 일방적인 구조조정은 역풍을 맞아 좌초될 가능성이 크고, 똑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는다는 약속이 있어야 국민의 동의를 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20일 여야 3당 정책위의장과 경제부총리가 만나 “구조조정 이해관계자의 책임을 분명히 하고 국민 부담이 최소화되게 해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 한 것이 단지 말에 그쳐서는 곤란하며 제대로 된 실행으로 옮겨지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구조조정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하는 역할도 국회의 몫이다. 부실기업에 얼마의 돈을 어떻게 쏟아 부어야 할지를 정하기에 앞서 구조조정과 이를 통한 산업개혁의 방향과 밑그림이 그려져야 한다는 것이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아무런 청사진도 없는 상태에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으로 국민 세금을 지원할 수는 없는 것 아니겠냐”며 “정부가 조선ㆍ해운 업종뿐 아니라 제조업 전반을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전환시킬 계기로 삼고 새로운 산업 지도를 그릴 수 있도록 국회가 감시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와 한국은행간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는 국책은행의 자본확충 방안에 대해서도 국회가 방관자에 머물 것이 아니라 직접 나서서 답을 제시해야 한다는 요구가 많다. 국회의 동의나 의결 절차를 거치지 않는 지원 방식은 결국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편법에 불과한 만큼, 국회가 총대를 메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이만우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현실에 맞는 자본확충 해법을 국회가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촉발될 실업 사태에 대한 대비책도 서둘러야 한다. 정부는 올해 하반기부터 조선업종 근로자의 실업이 가시화될 것으로 전망하며 필요 시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해 지원한다는 방침이지만, 벌써부터 현실화하고 있는 실업대란에 대한 안전망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대우조선해양ㆍ현대중공업ㆍ삼성중공업 등 조선사 ‘빅3’를 포함한 9개 조선사 근로자는 20만명에 달한다. 6,000여 협력업체와 집계가 어려운 부품ㆍ기자재 납품 하청업체 근로자들을 포함하면 그 수는 훨씬 많다. 특히 기업구조조정이 해운ㆍ조선업에만 그치지 않고 산업구조 개편까지 연결돼야 한다는 점에서 새로운 일자리 창출과 사회안전망 확충은 20대 국회가 짊어져야 할 부분이다.

이 참에 국책은행의 체질 개선에 나설 필요성도 제기된다. 정권 후반기에 정부 스스로 국책은행 기능 조정에 나서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만큼 국회가 전면에 나서 주도적으로 방향성을 제시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박진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국책은행들이 부실기업을 과도하게 지원하게 된 것은 정부의 부적절한 개입 때문”이라며 “국책은행의 기능을 축소하거나 재조정하는 법안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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