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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빌리기ㆍ돈굴리기 막막할 때, P2P대출 새길을 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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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빌리기ㆍ돈굴리기 막막할 때, P2P대출 새길을 뚫다

입력
2016.05.23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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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자와 투자자 직접 연결

저금리와 고수익 보장 ‘두 토끼’

美 렌딩클럽 폭발적 성장세

2025년 시장규모 1200조원 예상

피라미드 모집, 부정 대출 진통도

한국은 대부업 수준 걸음마 단계

창업지원보다 서민금융 머물러

‘돈을 빌리는 사람에게는 저금리를 적용하면서 투자자에게는 안전하고 고수익을 보장한다.’

현실에 존재하지 않을 듯한 이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업체가 있다. 주인공은 금융기관이 아닌 신생 벤처기업(스타트업)이었던 ‘렌딩클럽’이다. 2007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용 소프트웨어(앱)로 출발, 2014년 12월 나스닥 상장 당시 90억달러(약 10조8,000억원)의 가치를 인정받았다. 최근에는 국내에서도 렌딩클럽을 통해 쏠쏠하게 돈벌이를 했다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그런데 왜 우리나라에는 이런 기업이 없을까?

렌딩클럽의 사업모델은 개인과 개인을 연결하는 P2P(Person to Person) 대출이다. 대출을 받으려는 사람이 렌딩클럽 홈페이지에서 신청서를 작성하면 렌딩클럽은 심사를 통해 대출이 가능한 사람을 추려낸다. 이들을 신용등급 A~G으로 분류해 온라인 대출 장터에 올려놓으면 투자자는 명단을 보고 투자할 사람을 결정한다. 투자액은 최소 25달러이고 소액 분산투자도 가능하다.

대출 금리는 신용등급에 따라 연 6.78~9.99% 수준이다. 렌딩클럽은 대출금의 1~3%를 수수료로 뗀 뒤 나머지를 투자자에게 전달한다. 그래도 제로(0) 금리시대 은행 이자보다 월등히 높은 셈이다.

P2P 대출 시장은 세계적으로 급성장하고 있다. 2009년 1억달러(약 1,200억원)에서 5년 후인 2014년 88억달러(약 10조5,600억원)로 늘어나면서 연 평균 130% 이상의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시장조사기관 파운데이션 캐피탈은 전 세계 P2P 대출 시장이 2025년 1조달러(약 1,2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중국은 미국, 영국 등에 비해 다소 늦은 2010년에야 P2P 대출을 도입했지만 어느 나라보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은행과 개인신용평가기관 인프라 부족으로 금융권 대출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미 1,500여개 P2P 대출업체가 16조원에 육박하는 대출잔액을 기록하면서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큰 P2P 대출시장으로 떠올랐다.

반면 우리나라 P2P 업체들은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 2008년부터 저신용 대출자를 대상으로 하는 P2P 업체들이 등장했으나 대부분 연간 신규대출 취급액이 10억원 이하에 머물고 있다. 대출 목적도 기존 대출금 상환이나 생활비, 의료비 용도의 비중이 높다. 대출 평균금리도 20%를 웃돌아 창업자금 조달보다는 신용대출 같은 서민금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 P2P 대출업체 대부분이 일반적인 대부업으로 운영되고 있어 영세하고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고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렌딩클럽이 은행들과 경쟁하면서도 세계적인 은행 웰스파고의 협력과 투자에 힘입어 폭발적으로 성장한 것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제도권 감시망 안에서 P2P 대출업체들이 움직여야 범죄로 이어지는 부작용을 막을 수 있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지난 2월 중국 공안은 중국 최대 P2P 금융업체인 e쭈바오 이사회 의장 등 21명을 사기 혐의로 체포했다. 이들은 고수익 보장을 약속하는 다단계 피라미드식으로 투자자 90만명을 모집했다. 그러나 불법으로 편취한 500억위안(약 9조1,600억원)으로 부채를 갚거나 사치 행각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렌딩클럽조차도 최근 부정대출 사태로 주가가 폭락하는 등 몸살을 겪고 있다. 렌딩클럽은 최근 내부감사를 통해 2,200만달러 규모의 대출이 부적격자에게 이뤄진 것을 확인했다. 라플랑셰 최고경영자(CEO) 등 일부 임원은 대출자격 기준에 맞추기 위해 대출 희망자들이 제출한 서류를 조작한 혐의까지 받고 있다.

이렇게 악용되는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막아야 스타트업 창업자는 자금을 저리에 모으고, 투자자는 안전하게 수익을 거둘 수 있는 선순환이 일어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실제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2008년 들어 P2P 금융산업에 대한 규제를 시작하는 동시에 P2P 대출업체가 투자자를 대신해 대출금을 회수하고 대출상환에 책임질 수 있도록 대출금을 채권화시키는 것을 허용했다.

영국의 대표적인 P2P 대출업체 조파의 자일스 앤드루스 CEO는 2014년 초 금융업무감독청(FCA)에 P2P 금융업체도 은행처럼 관리 감독해 달라고 요청했다. 미국과 영국의 P2P 대출업계는 이런 일을 겪으면서 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했고, 양국의 P2P 대출시장은 크게 확대될 수 있었다. P2P 대출업계 관계자는 “국내 은행들은 P2P 금융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 업체들도 P2P 대출의 장점을 충분히 살려 투자자와 돈이 필요한 창업자를 적극적으로 연결해주는 등 일반 대부업과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정헌 기자 xscop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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