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위원장 겸직 여부 놓고 장고
당내 의견 수렴 뒤 최종 결정할 듯
25일 당선자-당협위원장 총회 고비
비대위 인선 대 계파 청산 의지
"저는 충청도 DNA라서 총총걸음을 못 걷습니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고민이 길어지고 있다. 그는 20일부터 '혁신형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직을 겸임할 것이냐를 두고 장고에 들어간 상태다. 장고 사흘째인 22일 그는 시간이 소요돼도 최대한 의견 수렴을 거쳐 모범 답안을 찾겠다는 뜻을 밝혔다. 결론이 아닌 원칙을 공개한 것이지만, 타협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간접 표한 것으로 보인다.
정 원내대표는 이날 본보 통화에서 "(겸직 여부를 중진들이) 알아서 하라고 했는데 또 뭔가를 내놓으면 왜 그랬냐고 그럴 텐데"라며 "뚜벅뚜벅 걸어가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천천히 많은 분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보려 하고, 또 그러고 있다"며 "자꾸 (저보고) 독선적이라는데, 그것도 천천히 생각해보겠다"고 했다.
정 원내대표는 친박계가 반대를 시사한 20대 총선 당선자와 원내ㆍ외 당협위원장 총회도 강행 의지를 밝혔다. 이날 친박계인 김명연 원내대변인은 25일로 예정된 총회에 대해 “상황이 여의치 않다”며 시일이 촉박하다는 이유로 반대 의사를 전했다. 이에 정 원내대표는 “이번 총회는 표결 등 어떤 일을 결정할 큰 의미의 행사가 아니다”면서도 “언젠가는 하게 되겠지”라고 말했다. 날짜를 연기해서라도 총회를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정 원내대표는 당선 뒤 의원총회 성격의 당선자 총회를 열어 의견을 수렴하는 원칙을 보였고 ‘비대위+혁신위’ 투트랙도 당선자들의 설문조사를 토대로 결정한 바 있다.
정 원내대표는 앞서 본인이 비대위원장을 맡고 당 쇄신은 '김용태 혁신위'로 돌파하려 했다. 하지만 이를 의결할 17일의 상임전국위ㆍ전국위는 친박계의 결집된 비토로 개최 자체가 무산됐다. 20일 원내지도부ㆍ중진연석회의에선 비대위ㆍ혁신위 투트랙이 아닌 '혁신형 비대위' 원트랙으로 가되 원내대표의 비대위원장 겸임이냐, 외부 인사의 비대위냐는 정 원내대표의 판단에 맡겼다.
정 원내대표는 그 후 공주와 서울 집을 오가며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현재 비대위원장에 대해 친박계는 강재섭ㆍ황우여 전 대표 등 온건파의 선임을, 비박계는 최근 쓴소리 강연을 한 김형오 전 국회의장이나 정 원내대표의 겸직을 요구하고 있다. 친박계는 기존 비박계 위주의 비대위원 인선을 재검토하라지만, 비박계 중진들은 ‘비대위+혁신위’ 원안을 상임전국위ㆍ전국위에 재 상정할 것을 정 원내대표에게 압박하고 있다.
이처럼 친박계와 비박계 간 갈등이 반복되자 정 원내대표는 이날 “언론도 친박과 비박이란 표현을 쓰지 말아달라. 굳이 구분할 필요가 있다면 주류, 비주류라고 해야 한다"고 말했다. 계파 안배가 아니라, 누가 당의 쇄신에 기여할 수 있는지 최적의 적임자를 찾아야 하고, 이를 위해 계파 구도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얘기다.
서상현 기자 lss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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