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방적으로 폐쇄 석달여 만에
군사회담 실무접촉 통지문 보내
국방부 “비핵화 조치가 우선” 일축

북한이 우리 정부의 개성공단 가동 중단에 대한 맞불 조치로 폐쇄했던 서해 군 통신선을 가동해 남북 군사회담 실무접촉을 제안했다. 이달 초 제7차 당대회에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남북 군사회담 개최 필요성을 거론한 후 대화 제의를 구체화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비핵화 의지가 없는 대화 제의라는 점에서 대북 제재 국면을 탈피하기 위한 평화 공세로 풀이된다.
북한 국방위원회 인민무력부는 21일 “조선반도에서의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 쌍방 사이의 군사적 신뢰 분위기를 마련하기 위해 북남 군사당국회담 개최를 위한 실무접촉을 5월말 또는 6월초에 편리한 날짜와 장소에서 가지자는 것을 제의한다”는 내용의 통지문을 남측 군 당국에 발송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북한은 앞서 20일 국방위원회 공개 서한에도 남측이 대화 제안에 화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북한이 서해지구 군 통신선을 이용해 인민무력부 명의의 대남통지문을 보내왔다”고 확인했다. 서해 군 통신선은 서해지구 남북관리구역에서 운용돼왔으나, 북한이 지난 2월 개성공단 가동 중단 조치에 반발해 일방적으로 폐쇄했다. 북한이 이를 다시 가동한 것 자체가 대화를 재개하겠다는 시그널을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비핵화 문제가 빠진 북한의 대화 제안은 핵보유국 지위를 굳히면서 대북 제재는 피하겠다는 의도가 다분해 남북간 실질적인 대화가 진전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국방부는 “북한의 비핵화 조치가 최우선이 돼야 한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며 북측 제의를 일축했다. 우리 정부는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없는 한 대화는 없으며, 지금은 제재와 압박의 시기”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북한의 대화 제의는 남북 긴장의 책임을 남측에 떠넘기고 남남갈등을 유발하겠다는 의도도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다음 달 15일로 예정된 6ㆍ15선언 16주년 기념행사, 8월 광복 71주년 행사, 8월 한미연합군사훈련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실시 등과 맞물려 북한의 대화공세는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송용창기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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