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임위 차원에서 수시로 청문회를 열 수 있도록 하는 ‘상시 청문회법’(개정 국회법)이 23일 정부로 이송되지만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운명에 놓였다. 국회법이 19대 국회 임기 종료(29일)를 불과 열흘 앞둔 19일 통과되는 바람에 법리적 해석 문제가 얽혀 있어서다. 더구나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22일 “박근혜 대통령의 법안 거부권 행사가 금기(禁忌)일 수 없다”고 국회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 필요성을 제기해 거부권 논란이 다시 가열됐다.
문제는 19대 국회에서 개정된 국회법에 대한 박 대통령의 공포나 거부권 행사 시점이 20대 국회가 시작하는 30일 이후가 될 경우다. 국회법이 자동 폐기되는지, 재의결 등의 절차가 20대 국회로 이월되는 지 여부를 두고 해석이 엇갈린다. 헌법 53조에 따르면 국회에서 의결돼 정부로 이송된 법안은 정부가 15일 안에 공포해야 하는데, 박 대통령이 19대 국회 임기 중에 공포하지 않으면 회기 종료와 더불어 자동 폐기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 경우 박 대통령은 굳이 거부권을 행사할 필요가 없어 부담을 덜 수 있다.
이에 대해 법제처는 “법안 공포는 19대 국회 회기와 상관 없이 15일 이내에 공포하거나 재의를 요구하면 된다”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국회 관계자는 “회기 불계속의 원칙(회기 중에 처리되지 않은 법안은 다음 회기까지 계속되지 않는다는 원칙)이 명시된 미국과 달리 우리 국회는 이 부분이 불명확하다”며 “때문에 29일 이후 국회법을 공포하면 자동 폐기되는 것이라는 견해도 있어 논란이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상황은 더 복잡해진다. 19대 국회 임기 중에 거부권을 행사한다 해도 남은 회기 내에 개정 국회법 재의결을 위한 ‘원포인트 본회의’를 열 수 없다. 또 재의결 절차가 20대 국회로 넘어간다면, 20대 국회의원들이 19대 국회에서 통과시킨 법안을 재의결할 수 있는지를 두고 논란이 커질 것이다. 국회 의안과는 여러 가능성을 놓고 검토 중이다.
23일 정부로 이송되는 국회법이 24일 열리는 국무회의에서 의결돼 공포되면 논란은 자연스럽게 해소된다. 그러나 정부는 검토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24일엔 국회법을 의제로 올리지 않을 예정이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본보 통화에서 “거부권은 대통령이 가진 의회에 대한 견제수단으로 행사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라며 “상시 청문회를 가능케 하는 국회법은 정부의 국정운영을 마비시키는 제2의 국회선진화법이기 때문에 반드시 무효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22일 거부권 행사와 관련해 언급을 자제한 채 여론을 주시했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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