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러미 코빈 영국 노동당 대표가 대학 등록금 폐지를 주장하며 선명성 투쟁에 나섰다. 노동당 내의 장기화된 내분에 이어 지난 5월 스코틀랜드 의회 선거에서 제3당으로 밀려나는 등의 악재에 맞서 선명성 투쟁으로 일찌감치 2020년 총선을 정면으로 겨냥하기 시작했다는 언론들의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코빈 대표는 18일(현지시간) 하원 연설에서 데이비드 캐머런 내각의 대학등록금 상한 인상안을 “배움에 대한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등록금 상한을 높이는 대신 기업과 고소득자로부터 100억파운드를 걷어 등록금을 아예 없애자는 도발적인 제안을 내놨다. 이 연설이 큰 호응을 얻으면서 노동당 홈페이지에 개설된 상한 인상안 반대 서명운동 페이지에는 22일 현재 18만 이상이 서명했다.
기세가 오른 코빈 대표는 21일 열린 노동당 경제간담회에서 2020년 총선 때 노동당의 재집권 가능성을 낙관했다. 영국 언론 인디펜던트의 보도에 따르면 그는 이날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투표를 둘러싼) 보수당의 분열 가운데서 노동당이 집권 기회를 얻을 것”이라며 “빠르면 2020년 이전에 열리는 조기 총선도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코빈 대표는 이날 “터무니없는 불평등”을 해결해야 한다며 새로운 경제정책 비전을 제시했다. 그는 “분배정책뿐 아니라 이를 뒷받침할 경제성장을 위해 장기적인 변화를 고민할 때”라 말했다. 존 맥도널 노동당 예비내각 재무장관은 “(토니)블레어ㆍ(고든)브라운 집권기 노동당은 세금 수입과 균형재정에 집중하고 경제구조를 돌보지 못해 불평등한 세금 제도만 남겼다”며 디지털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자본주의 체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여론조사 결과도 코빈 대표에게 고무적이다. 17일 영국 일간지 더 타임스와 여론조사 업체 유고브 공동 발표에 따르면 지방선거 이후 코빈 대표에 대한 지지가 지난해 당대표 선거가 치러졌던 9월보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빈 대표가 대표직을 내려놓더라도 그를 대신할 만한 압도적인 경쟁자가 없다는 점도 ‘코비니스타’(코빈 지지자)들에겐 희소식이다.
영국의 심장부인 런던시장 선거 승리도 코빈 대표의 낙관적 전망을 지지한다. 최초의 무슬림 런던시장으로 화제를 모은 사디크 칸 시장의 당선은 코빈 대표가 자신 있게 내세우는 업적이다. 코빈 대표는 “런던시장 선거 승리는 2020년 집권의 초석”이라 말했다.
그러나 재집권 가능성을 마냥 낙관하기 이르다는 의견도 있다. 영국 페이비언협회의 정치분석가 루이스 배스턴은 “노동당의 지방선거 결과가 재앙은 아니었지만 에드 밀리밴드 전 대표도 2010년 총선 패배 직후 열린 2011년 지방선거에서 비슷한 성적을 냈었다”며 “집권을 장담하기에 충분치 않다”고 지적했다. 사디크 칸 신임 런던시장 역시 13일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당내 급진과 중도파 간 내분이 계속되고 있다며 코빈 대표를 향해 “총선 이전까지 당의 내분을 해결하고 집권이 가능한 당을 만들라”고 요구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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