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20일) 처음 가동된 여야정(與野政) 민생경제점검회의의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회의는 여소야대 상황을 맞아 지난 13일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3당 원내대표 간 이루어진 청와대 회동 합의에 따라 구성된 상시 협의의 일환이다. 조선ㆍ해운 등 취약업종 구조조정, 공공기관 개혁, 노동개혁 등 주요 사회갈등 현안에 대해 여야와 정부가 책임 있는 협의를 통해 원활한 해법을 찾는 게 목표다. 하지만 첫 회의는 진전된 해법을 도출하지 못한 채 각자 원론만 고수하는 데 그쳤다.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도입 문제가 대표적인 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와 3당 정책위의장이 국회에서 얼굴을 맞댄 첫 회의에서 여야는 ‘성과연봉제 도입은 노사 합의로 진행하라’고 정부에 요구했고, 정부는 ‘불법ㆍ탈법이 없도록 하겠다’고 약속한 게 고작이다. 요컨대 성과연봉제는 하되, 노사 합의를 거치라는 ‘공자님 말씀’만 내놓은 셈이다. 이미 이기권 노동부 장관은 ‘노조가 협의를 계속 거부할 경우, 노조의 동의 없이도 (도입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낸 상태다. 따라서 여야정이 보다 적극적으로 문제를 풀 의지가 있었다면 노동부 입장의 옳고 그름부터 따지고, 그게 그르다면 개혁 진전을 위해 노사 합의를 촉진할 대안을 제시했어야 한다.
부실기업 구조조정 방향에 대한 논의 역시 구체적 성과를 내지 못했다. 구조조정에서 이해 관계자의 책임을 분명히 하고, 국민 부담을 최소화한다는 원칙과 재정투입 필요성을 확인한 건 긍정적이다. 하지만 당장 한국은행과 정부가 갈등을 빚고 있는 국책은행 자본확충 방안 등에 관한 구체적 해법을 거의 논의하지 못했다. 19대 국회에서 자동 폐기된 노동개혁법의 재추진 문제 역시 중대 현안이다. 정부는 이미 20대 국회 개원에 맞춰 신속한 재추진 방침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첫 회의에서 이 문제는 거론되지도 않았다. 처음부터 모든 현안이 거론되고 구체적 해법이 나올 순 없다. 물론 20대 국회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여야정이 회의를 월 1회로 정기화하기로 하고, 다음 회의를 6월 둘째 주로 확정한 것만도 보기에 따라 진전된 포석이라고 볼 만하다.
하지만 문제는 속도다. 부실기업 구조조정이든 노동ㆍ공공개혁이든 주어진 시간이 별로 없음을 감안하면 회의가 더는 밥 먹고 사진 찍는, ‘협치(協治)’ 생색 내기에 그쳐서는 안 된다. 회의 때마다 하나의 의제라도 분명한 합의에 이를 수 있도록, 협의의 구체성과 합의의 구속력을 높일 보다 확고한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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