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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가습기 살균제 피해 넓게 인정하고 적극 구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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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가습기 살균제 피해 넓게 인정하고 적극 구제해야

입력
2016.05.2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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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 살균제의 독성 탓에 각종 질환에 걸렸을 가능성이 큰데도 직접적 인과관계가 밝혀지지 않아 고통 받는 피해자들의 안타까운 호소가 잇따르고 있다. 가습기 살균제 제조기업은 아예 이들을 피해자 범주에서 제외해 상대조차 하지 않고, 정부도 의료비 지원 대상에서 빼버려 생활고에 시달리는 예가 많다고 한다. 비염, 기관지염 등 비교적 가벼운 증상이라면 ‘가짜 피해자’라는 세간의 편견까지도 감수해야 한다.

옥시 가습기 살균제의 원료로 사용된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은 2011년 흡입 독성실험에서 폐 섬유증을 일으킨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그런데 애경 가습기메이트의 원료인 클로로메틸이소치아졸리논(CMIT)은 독성이 확인되지 않거나 아주 미약했다. CMIT 제품 사용자 중에는 폐 손상보다 가벼운 호흡기 질환을 앓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질병관리본부는 2012년 2월 CMIT와 폐 손상과의 명확한 인과관계가 드러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CMIT 피해자들에게 낮은 단계(3, 4등급)의 피해판정을 내렸다.

하지만 CMIT는 원인불명의 호흡기 및 심혈관 질환이나 만성 기관지염, 천식, 피부염 등 피해 범위가 PHMG보다 훨씬 광범위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분자단위 크기가 워낙 작다 보니 허파에 직접 피해를 주기보다는 혈관을 타고 온몸으로 운반돼 다른 장기들을 손상시킬 위험이 크다는 것이다. 실제 PHMG는 분자량이 1만8,500인 고분자 화합물인 반면, CMIT는 분자량이 149에 불과하다.

정부는 뒤늦게 CMIT 제품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한 추가 역학조사를 통해 피해판정 범위를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비염, 기관지염, 피부염 등은 유발요인이 워낙 다양해 CMIT와의 인과관계를 규명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우려된다. 더욱이 역학조사를 통한 피해 입증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당장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한 채 고통 받는 피해자들의 입장도 고려해야 한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부도덕한 기업 못지않게 정부의 책임도 크다. 정부가 정신만 차렸다면 2006년 첫 어린이 사망자 보고 이후 피해를 줄일 수 있는 기회가 여러 번이었다. 하지만 정부는 개인과 해당 기업 문제로 치부하며 소극적으로 대응해 피해를 키운 만큼 진상조사와 재발방지책 마련 못잖게 피해자 구제에 적극 나서야 할 책임이 있다. CMIT 피해자들의 과거 의료기록을 철저히 분석해 특이성을 검증하고, 일단 가습기 살균제에 노출된 사실이 확인되면 피해자로 인정해 긴급지원에 나서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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