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회장 형제에게 빌린 돈
성남세무서 상대 부과 취소소송
최태원 SK그룹 회장 형제로부터 선물 투자 명목으로 수 천억 원을 받았던 SK해운 전 간부가 200억 원대 증여세 부과 취소 소송에서 승소했다.
수원지법 행정5부(박형순 부장판사)는 전 SK해운 고문인 김원홍 씨가 성남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증여세 228억3,700만원 부과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22일 밝혔다.
김씨는 2005∼2010년 선물에 투자해 수익을 내주겠다며 최태원 회장으로부터 4,419억 원을, 재원 부회장에게 1,289억 원 등 총 5,708억 원을 송금 받아 이 중 908억3,800만 원은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했다.
김씨는 이와 별도로 최 회장과 손길승 SK텔레콤 명예회장으로부터 221억 원을 빌렸다가 3% 이자를 붙여 갚았고, 최모씨 등 회사 관계자 3명으로부터 125억2,700만 원을 빌렸다가 전액 갚기도 했다.
성남세무서는 김씨가 거액의 돈을 빌렸다가 갚는 과정에서 지나치게 낮은 이자를 지급해 사실상 재산을 증여 받았다고 보고 2011년 12월 김씨에게 228억3,700만 원의 증여세를 부과했다.
하지만 김 씨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은 특수관계에 있는 자로부터 1억 원 이상의 금전을 무상 또는 저리로 대출 받은 경우’ 낮은 이자에 대한 증여세를 부과할 수 있는데, 자신과 최 회장 등은 친인척 등 특수관계가 아니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도 “원고와 최 회장 등 6명 사이에는 특수관계가 존재하지 않으므로 증여세를 부과할 수 없다”며 김씨에 손을 들어줬다.
앞서 김씨는 최 회장 형제와 공모해 SK그룹 회삿돈 450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 기소돼 2014년 12월 징역 4년 6월의 실형을 확정 받았다. 같은 혐의로 4년을 선고 받은 최 회장은 지난해 광복절 특사로 풀려났고, 재원 부회장은 현재 수감 중이다.
이범구 기자 eb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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