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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역 살인' 김씨의 망상, 왜 '누군가'에서 '여성'이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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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역 살인' 김씨의 망상, 왜 '누군가'에서 '여성'이 됐나

입력
2016.05.22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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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새벽 서울 서초구의 한 주점 화장실에서 여성을 마구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모씨가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경찰서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17일 새벽 서울 서초구의 한 주점 화장실에서 여성을 마구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모씨가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경찰서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처음 보는 20대 여성을 칼로 수차례 찔러 숨지게 한 김모(34)씨는 이상 행동을 보인 초반부터 여성에 대해 반감을 품었던 것은 아니었다.

22일 서울경찰청(서울청) 과학수사계 행동과학팀에 따르면 김씨가 이상해진 건 청소년기 때다.

외아들로 가족과 거의 단절된 생활을 하며 자란 김씨는 청소년기부터 앉았다 일어났다를 반복하는 등 기이한 행동을 했고 또래집단과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김씨의 이상증세는 스무 살이 갓 넘은 2003년부터 '누군가'를 대상으로 한 피해망상 형태를 띄기 시작했다.

김씨와 심리면담을 한 서울청 이상경(프로파일러) 경사는 "그(여성에 대한 반감을 가지기) 전에는 피해망상 증상이 막연하게 있었던 것 같다"며 "김씨 어머니 진술에 따르면 누군가 자기 욕을 하는 게 들린다거나 다른 집 대문을 부숴 놓는다던가 하는 이상 행동을 보였다"고 말했다.

22일 오전 서울 서초경찰서에서 서울경찰청 과학수사계 이상경 경사가 강남 화장실 살인사건 피의자 심리분석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2일 오전 서울 서초경찰서에서 서울경찰청 과학수사계 이상경 경사가 강남 화장실 살인사건 피의자 심리분석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증오 대상의 범위는 2년 전부터 '여성'으로 좁혀졌다.

이 경사는 "김씨가 (2년 전부터) 여성들이 확실히 자신에게 피해를 줬다고 진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가해의 주체나 내용은 명확한 부분이 없고 막연하기만 하다.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여성에게 피해를 당했다고 생각한 이후) 여자가 나에게 담배 꽁초를 던졌다" "지하철에서 여성들이 내 어깨를 치고 지나갔다" "여자들이 내 앞에서 천천히 걸어서 나를 지각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 때부터 뇌리는 온통 '여성으로 인한 피해'로 가득찼던 것이다.

피해망상 질환자는 상대방의 사소한 몸짓 등 자신과 관계없는 자극에 대해 의미를 부여하고 나아가 정부·성별·인종 같은 특정대상을 향해 반감을 갖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왜 여성이 됐는지는 경찰도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김씨는 20대 초반에 다니던 한 교회의 교리교육 코스를 2년 전에 재입학했고, 여기서 여자들이 유독 자신을 견제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자신의 주장에 불과하다.

시민들이 21일 서울 강남역에서 여성혐오 살인사건 추모집회를 열고 피해자가 희생당한 장소까지 추모 행진을 하고 있다. 뉴스1
시민들이 21일 서울 강남역에서 여성혐오 살인사건 추모집회를 열고 피해자가 희생당한 장소까지 추모 행진을 하고 있다. 뉴스1

이 경사는 "교회 교육 코스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진술을 하지 않고 있다"며 "김씨는 자신만의 느낌에서 기인한 것도 확고하게 신념화해서 믿는다. 다른 망상 환자들과 매우 유사한 패턴이다. 근거가 없지만 '내가 볼 때 그렇기 때문에 확실하다'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여성을 향한 김씨의 육체적 공격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버지와는 거의 소통이 없었고 그나마 있었던 어머니에 대해서는 욕설 등 언어적 공격성을 보인 적이 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5일 서빙 업무를 하던 식당에서 위생이 불결하다는 지적을 받고 7일부터 식당 주방보조로 옮겼고, 이 역시 여성의 음해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자신의 판단에 여성으로 인한 '직업적 피해'까지 당하자 급기야 반감은 '살의(殺意)'가 됐다.

이와 관련해 이 경사는 "김씨가 면담에서 '더 이상 이렇게 있다가는 내가 죽을 거 같다' '먼저 내가 죽여야겠다' '나도 당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 등의 진술을 했다"고 말했다.

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과 관련에 서울 지하철 강남역 10번 출구에 희생자를 추모하는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연합뉴스
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과 관련에 서울 지하철 강남역 10번 출구에 희생자를 추모하는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연합뉴스

이런 김씨는 스스로는 여성 혐오자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경사는 "정작 김씨는 조사에서 '일반 여성들에 대한 반감은 전혀 없다. 여자들에게 인기가 있었던 적도 있다. 나는 여성에게서 실제적인 피해를 당했기 때문에 그런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고 밝혔다.

이어 "여성혐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더니 '어린 사람들의 치기 어린 행동인 것 같다' '난 그런 사람들과는 다르다'고 대답했다"고 전했다.

김씨는 지난 17일 오전 1시25분께 서울 서초구의 한 노래방 화장실에서 A(23·여)씨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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