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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많아도 불행한 한국, 자본주의의 역설 예외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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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많아도 불행한 한국, 자본주의의 역설 예외 아니다”

입력
2016.05.22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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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지노 브루니 교수가 21일 대전 유성구 충남대 정심화국제문화회관 백마홀에서 'EoC, 모두를 위한 새로운 경제모델'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대전=김혜영 기자 shine@hankookilbo.com
루이지노 브루니 교수가 21일 대전 유성구 충남대 정심화국제문화회관 백마홀에서 'EoC, 모두를 위한 새로운 경제모델'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대전=김혜영 기자 shine@hankookilbo.com

“아시다시피, 한국의 GDP(국내총생산)는 세계 13위입니다. 하지만 행복지수는 58위에 불과하죠. 우리 자본주의가 직면한 도전은 바로 이런 행복의 역설입니다.”

공유경제(EoCㆍEconomy of Communion) 연구자인 루이지노 브루니 이탈리아 룸사대 교수는 21일 대전 유성구 충남대 정심화국제문화회관에서 열린 강연회에서 시민경제의 필요성을 소개하며 이렇게 말했다. 이날 강연은 천주교 대전교구가 가톨릭 영성 운동 중 하나인 포콜라레 운동과 이를 이어받은 EoC의 정신을 알리려고 마련했다.

포콜라레는 이탈리아어로 벽난로를 뜻한다. 포콜라레 운동은 차별 없이 이웃과 한 공동체를 이루자는 취지의 가톨릭 영성 운동이다. 교황청이 1962년 인준해 세계 182개국 600만명이 회원으로 활동한다. EoC는 이 운동 창설자이자 가톨릭 평신도인 키아라 루빅이 1991년 제안한 기업 경영방식으로 기업가와 노동자, 경영자와 관리자, 생산자와 소비자가 다양한 차원에서 생산과 이윤창출에 참여하고 함께 공동선을 추구하는 것을 중시한다.

브루니 교수는 “미국에선 이미 1970년대부터 부 축적이 증가하는데도 행복지수가 떨어지는 행복의 역설이 발생하기 시작한다”며 “수치가 보여주듯 일본, 한국 등에서도 발견되는 이 역설은 공동체, 가정, 환경 등 우리 삶에 더 중요한 요소들이 훼손되고 오염되면서 나타나는 당연한 현상”이라고 말했다. 또 “한국 전통개념에서는 예전부터 부자들이 곳간에 남은 쌀을 가난한 이들에게 나누는 것이 당연시 됐다고 들었다”며 “이런 전통의 뿌리를 잘라내고는 나무가 자랄 수 없음을 돌아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브루니 교수는 20여년 째 EoC 분야를 연구하고 있으며 이탈리아 시민경제학교를 설립해 운영 중이다. 그는 EoC의 추구가 단순 자선사업과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변화를 원한다면 기업가들이 세금을 잘 내고, 법을 지키고, 기부금을 조금 내놓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생각을 버려야 합니다. 가난의 현실, 빈곤의 현실에 더 직접 개입하려는 적극적인 경영방식이 필요합니다.”

이날 강연에서는 한국의 EoC 기업으로 제과 및 외식사업체 성심당 사례가 소개됐다. 성심당은 매년 회계, 납세 내역을 전 직원에게 공개하며, 이윤의 15%를 전 직원에게 인센티브로 지급하고, 81개 사회복지 시설에 월 3,000만원 어치의 빵을 기부한다. 직원 인사고과의 40%를 차지하는 기준은 ‘동료 직원 사랑’ 이다. 임영진 대표 부부는 1999년 국제 EoC학교 세미나를 들은 뒤 “사업체로도 공동선을 추구할 수 있다”는 점을 깨달았다고 한다.

브루니 교수는 시종일관 종교적 비유를 들었다. 그는 “형제애를 발휘하는 기업가가 되겠다고 마음먹는 사람들이 반드시 부유층인 것은 아니다”며 “기업가임에도 불구하고 성인(聖人)이 돼야 하는 것이 아니라 변화를 이끌 수 있는 기업가이기 때문에 성인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은 아름다운 것이 될 수 있습니다. 무(無)에서 시작해 긍정의 결실을 거두는 기업들, 마치 창세기에서 ‘보시니 좋았다’라고 하는 결과를 이끄는 기업이 하나 둘씩 나오고, 시민 공동체가 이런 사업을 지지해 함께 할 때 변화는 가능합니다.”

브루니 교수에 앞서 연단에 오른 문병기 한국방송통신대 교수는 “기업주는 노동자를 착취하는 존재라는 사회적 정서가 강한 한국에서는 이런 EoC가 아직 생소한 개념이나 이는 시장 실패와 정부 실패를 극복할 대안을 찾으려는 시도”이라며 “인간의 얼굴을 가진 경제와 기업이 가능하며 시장경제 안에서도 기업가가 공동선을 향해 기여할 수 있다는 믿음을 기반으로 한다”고 설명했다.

대전=김혜영 기자 sh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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