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작문 시간에 듣게 되는 말이 있다. 'The road to hell is paved with adverbs.'(지옥으로 가는 길은 부사로 포장되어 있다.) 다소 과장된 표현이지만 부사를 과용 남용 오용하지 말라는 강조의 문장이다. 이 말은 본래 'The road to hell is paved with good intentions.'(지옥으로 가는 길도 의도는 좋았다)라는 격언과 우리말의 '핑계 없는 무덤 없다’는 말을 연상케 하는 말인데 글의 의도가 좋다 해도 쓸데없는 수식어가 붙으면 깔끔해 보이지 않기 때문에 나오게 된 말이다.
어느 쇼핑몰 모퉁이에는 다음과 같은 안내가 적혀 있었다. 'As a courtesy to our cleaning staff, we ask that patrons please dispose of waste by using the garbage receptacles provided.' 상당히 길고 난해한 이 문장을 직역해 보면 '청소하는 직원들에게 호의를 베풀기 위해서 고객 여러분께서는 제공되는 용기를 사용하여 쓰레기를 처분해 주실 것을 부탁 드립니다.'가 된다. 메시지의 핵심은 'Be nice to the janitor! Put the trash in trash cans.'처럼 간단한데 원문은 군더더기가 많고 불필요하게 장황하며(flabby) 뭔가 유식한 말투로(pretentious) 쓰려 한 것이 눈에 거슬린다.
간결한 말과 글의 특징은 깔끔, 명쾌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가령 ‘Ask the question to your mother.'같은 문장도 쉽게 정리를 하면 'Ask your mother'로 압축된다. 왜냐하면 ask 속에 '질문하다'가 들어간 것이기 때문에 굳이 question을 쓸 이유가 없다. 'Winning the prize was an added bonus.'라는 문장도 'Winning the prize was a bonus.'처럼 줄일 수 있다. Bonus는 이미 '덤, 추가로 주어지는 것'의 뜻인데 여기에 added같은 불필요한 형용사를 반복할 이유가 없다. 식자층에서 자주 사용하는 'As far as I'm concerned, all politicians lie.'도 마찬가지다. 'As far as I'm concerned'는 '저의 견해를 말씀드리자면', '저로 말씀드리자면'인데 자신이 말하면서 이런 말을 덧붙일 이유가 없고 단순하게 'All politicians lie.'라고 하면 그만이다.
그래서 글쓰기에서는 '글은 깔끔 명쾌해질 때까지 다듬어야 한다.'(Edit until your words are crisp and clear.)고 강조한다. 같은 이유로 몇 가지를 고쳐 본다면 'He is not honest.'라고 말하는 것보다는 'He's dishonest.'가 낫고 접속어로 곧잘 사용하는 유식한 말투 'having said that'은 however로 고치면 더욱 간단해진다. 우리말에서는 ‘상갓집’, ‘역전 앞’은 중복 표현도 큰 문제가 아니라고 하지만 영어에서는 문법 오류보다 더 심각한 지적 사항이 된다. 'Tips on editing'보다는 'Editing tips'가 더 쉽게 전달되고 'Information regarding registration'보다는 'Registration information'이 더욱 간결하다. 지식과 정보가 넘치는 시대일수록 장황한 것보다는 깔끔하고 명쾌한 표현법이 환영 받는 것이 자연스런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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