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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슈퍼컴퓨터와 인공지능, 그리고 예보관

입력
2016.05.22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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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가장 빠른 컴퓨터는 어떤 것일까. 바로 기상청에서 운영하는 기상용 슈퍼컴퓨터 4호기다. 슈퍼컴퓨터 4호기는 우리(초기분), 누리(현업용), 미리(현업 백업용)로 구성되어 있는데 세계 순위로는 ‘누리’가 29위에, ‘미리’가 30위에 올라 있다. 슈퍼컴퓨터는 세계 관측소에서 수집된 1만여개의 기상관측 값과 수십대의 위성에서 관측한 수억개의 관측 값들을 쉬지 않고 입력한 뒤 예측된 자료와 비교해 이를 수정한다. 이처럼 슈퍼컴퓨터 4호기는 24시간 365일 지구의 대기를 끊임없이 모의한다.

슈퍼컴퓨터는 어떤 방식으로 지구의 대기 상태를 예측하는 것일까. 슈퍼컴퓨터는 대기과학에 기초해 날씨의 흐름과 변화를 예측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구의 대기를 동서로 1,536개, 남북으로 1,152개, 높이 90층의 점으로 된 3차원 바둑판처럼 격자화하고, 총 1억6,000만개의 격자점에서 7.5분마다 예측 값을 계산한다. 수치예측모델을 이용해 예측 값을 계산하는 데는 6만9,000여개의 중앙처리장치(CPU)가 사용된다.

반면 최근 알파고를 통해 주목받고 있는 인공지능과 인공지능이라고 불리는 기계학습, 딥러닝 등은 인간의 두뇌를 모방한 신경망 방식의 학습 로직으로 방대한 정보를 분류하고 학습하는 능력을 보여준다. 필기체 인식, 사람 얼굴 등의 영상 인식 등에 두각을 나타내고 있으며, 알파고처럼 다른 기술과 접목을 통해 큰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학습형 인공지능이 수많은 자료에 기반을 두고 인간과 비슷하게 학습할 수는 있으나, 학습자료에 없는 전혀 다른 것을 예측하거나 새로운 것을 창조할 수는 없다. 이와 다르게 슈퍼컴퓨터의 수학 방정식을 이용한 계산 방식은 자연의 법칙을 컴퓨터 가상세계에서 구현한 것이기 때문에, 관측자료의 양과 질에 따라 과거에 나오지 않았던 예측 결과도 계산돼 나올 수 있다.

인간의 힘만으로는 복잡하고 불규칙한 특성을 지닌 자연법칙을 슈퍼컴퓨터만큼 빠르게 계산할 수 없다. 예보관도 슈퍼컴퓨터의 예측자료가 없이는 현재와 같이 신속 정확한 일기예보를 할 수 없다. 그러나 인간은 슈퍼컴퓨터의 결과에 인간의 경험과 능력을 더하고 수정하여 더 나은 예보 결과를 산출한다.

이에 기상청은 지난 수십년 동안 슈퍼컴퓨터가 만들어 왔던 방대한 자료에 인공지능의 학습능력을 접목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슈퍼컴퓨터가 생산한 과거 50여년간의 방대한 자료에서 현재와 가장 유사한 사례를 10여초 안에 찾는다거나, 슈퍼컴퓨터가 예측한 자료와 관측자료의 방대한 비교자료를 바탕으로 미래의 예측결과를 더 정확하게 보정하는 등 큰 성과를 내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예보관의 경험과 지식을 더해 더욱 정확한 예보와 특보를 생산할 수 있게 됐다.

이는 슈퍼컴퓨터의 계산 능력과 인공지능의 학습 능력, 인간의 종합 능력이 더해진 결과이며, 인공지능 알파고가 활용했던 딥러닝이라는 기법을 활용하면 예보의 정확성을 더욱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일각에서는 그렇게 되면 지금의 인간 예보관은 필요가 없을지 모른다는 성급한 예측도 하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기계는 기계다. 정확한 예보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기계와 인간이 협업하여야 하는 시대가 올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인간 예보관의 역할이 또 다른 형태로 바뀔 것이다. 따라서 컴퓨터 기술이나 기계에 지배당할 수 있다는 걱정보다는 새로운 인공기술의 적극적인 활용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내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슈퍼컴퓨터 4호기와 인공지능 그리고 예보관의 미래가 기대되는 이유다.

고윤화 기상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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