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동료들의 집단 모함으로 극심한 스트레스 장애를 앓게 된 사회복지시설 교사가 소송 끝에 업무상 재해를 인정 받았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단독 이규훈 판사는 사회복지법인 W재단 소속 생활재활교사 김모씨가 “동료 교사들의 장기간 모함과 사업주의 부실 대처로 인한 업무상 재해를 인정해달라”고 낸 소송(산재요양불승인 처분취소)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22일 밝혔다.
2002년부터 지적장애인 재단에서 일한 김 교사는 2013년 11월 동료교사 임모씨로부터 컴퓨터 바탕화면과 이동식저장장치(USB)에 깔린 9~10월분 관찰일지 파일을 지운 범인으로 지목당하며 심한 폭언과 욕설을 들었다. 동료교사들이 한꺼번에 삭제된 관찰일지를 새로 써야 해서 김 교사는 싸늘한 눈총에 시달릴 수밖에 없었다.
임 교사는 당시 현장에 있지도 않고 명확한 근거도 없었지만 다른 교사들이 김 교사에 대해 퍼뜨린 소문만 듣고 그를 궁지로 내몰았다. 배모씨 등 다른 교사들도 2010년부터 ‘김 교사는 간식을 좋아하니 간식보관함 비밀번호를 가르쳐주면 안 된다’, ‘다른 교사의 서류를 없앴다’, ‘장애인을 시켜 다른 교사의 벨트를 자르게 했다’는 음해성 소문을 퍼뜨렸다.
임씨의 음해를 견디다 못한 김 교사는 재단 고충처리위원회에 ‘파일삭제 사건’등에 대한 진상을 가려주고 가해자에 대한 징계절차를 밟아 달라고 요청했지만 사업주 측은 김 교사의 ‘과민 반응’으로 치부했다. 그러면서 ‘향후 같은 사안으로 고충처리 요청을 하면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며 되레 김 교사에게 으름장을 놨다.
김 교사는 5년 이상 같이 일한 동료들과의 신뢰가 깨지고 재단에서도 박대를 당하면서 충격과 분노, 공포, 불안감, 두려움 등 스트레스 장애에 시달리게 됐다. 그는 2014년 요양급여를 신청했지만 근로복지공단은 “임상적으로 불분명하고, 김 교사가 주장하는 업무상 스트레스는 통상 업무에서 있을 수 있는 갈등이거나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라며 거절했다.
법원은 그러나 김 교사의 손을 들어줬다. 이규훈 판사는 “직장 내 업무과정과 관련한 모함이 동료와의 사적 관계 때문에 생긴 것이라 단정하기 어려우며, 직장 내 통상적 갈등이라 보기에도 무리가 있다”며 “사업주 측의 미온적인 대처가 겹쳐 발병ㆍ악화한 걸로 보이는 점을 고려할 때 업무상 재해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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