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새누리당 김광림, 더불어민주당 변재일, 국민의당 김성식 정책위의장이 참석한 제1차 민생경제현안점검회의는 16년 만의 ‘여소야대(與小野大)’ 정국에서 정부와 여ㆍ야 세 주체가 주요 현안을 어떻게 끌고 나갈지를 보여주는 ‘예고편’이란 점에서 관심을 끌었다. 참석자들은 163분 동안 기업 구조조정 문제부터 성과연봉제, 누리과정 예산까지 민감한 주제를 다뤘다.
시작은 화기애애했지만 막상 논의에 들어가자 정부의 주요 정책에 대한 야당의 공세는 거셌다. 변재일ㆍ김성식 의장은 정부 정책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하며 정책 방향의 전환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심지어 김광림 의장까지도 일부 현안에선 야당을 거들고 나섰고, 유 부총리는 정부 정책 변화 가능성까지 내비치며 방어에 애를 먹었다.
기업 구조조정 재원 마련 방식에 대한 논의가 가장 뜨거웠다. 이날 참석자들은 “(중앙 정부의) 재정도 상당한 부분의 역할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 최종적으로 합의된 내용”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정부는 재정 지출보다는 한국은행의 발권력을 활용하기 위해 자본확충 펀드를 통해 간접출자와 직접출자를 병행하는 방식을 검토한다는 선에서 큰 틀을 잡았다. 그러나 이날 민생점검회의에서 정부의 재정 투입에 대한 합의를 한 만큼 구조조정 재원 마련 방식에 대한 정부의 입장 변화가 주목된다. 올해 안에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해야 한다고 주장해온 두 야당은 이날도 한국은행의 발권력을 자제하고 정부의 재정 지출을 확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 부총리는 이날 추경 편성 가능성에 대해 “특별한 수단을 말씀 드리는 게 아니고 실제로 어떻게 할지 태스크포스(TF)에서 안을 만들고 있으니 거기에 모든 가능성을 담겠다는 정도”라며 즉답을 피했다.
여야 3당은 유아 무상보육(누리과정) 예산 논란과 관련, 올해 보육 대란이 예상되는 만큼 중앙정부가 조금 더 '재정적 책임'을 지고 대책을 마련해 다음 회의에서 보고하고 논의될 수 있도록 준비하라고 주문했다.
현재 누리과정 예산은 정부 예산에 반영되지 않고 교육청에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내려 보내는 방식이다. 하지만 지방 교육청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는 누리과정 예산을 반영하는 데 턱없이 부족하다. 정부가 책임을 떠넘긴다”며 정부의 확실한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유 부총리는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현재로선 저희의 입장을 바꾸기는 어렵다”며 “장기적으로 누리과정 예산 문제를 고치는 방안을 저희도 강구해 보겠다는 말씀을 드렸다”고 설명했다. 앞서 당정이 3월 회동에서 “‘지방교육정책 지원 특별회계법’을 제정해 교육청이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도록 하겠다”고 공언한 것과 비교해보면 정부가 한 발 물러선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두 야당이 누리과정 예산에 대한 중앙 정부의 책임론을 총선 공약으로까지 내걸었던 만큼 누리과정 예산 편성을 놓고 정부와 두 야당의 충돌도 예상된다. 일단 정부는 올해 예산의 경우 지자체간 형평성 문제 때문에 추가적 재정 부담이 힘들다는 입장이다. 유 부총리는 이날 17개 시ㆍ도 교육청 중 13곳이 이미 누리과정 예산을 짠 점을 들며 난색을 표했다.
정부가 노동개혁의 한 방편으로 추진 중인 성과연봉제의 경우 다른 이슈보다 충돌의 강도는 낮은 편이었다. 김광림 의장은 “2015년 노사정 합의대로 기준을 마련하고 노사 합의로 진행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며 “(야당 측은) 정부에 강압 등 불법 논란이 있음을 지적했고 정부는 불법, 탈법이 없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더민주는 성과연봉제에 대한 현장점검단을 꾸려 문제점을 따져보고 있는 만큼 정부의 계획대로 진행될지 여부는 미지수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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