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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이웃사촌이 백년가약… 장애인 부부의 아름다운 만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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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이웃사촌이 백년가약… 장애인 부부의 아름다운 만혼

입력
2016.05.2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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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5세 때 복지타운 입소

친구로 살다 지난해 청혼

독립, 신혼 준비 두근두근

전복남(왼쪽)씨와 김히경씨가 20일 경기 고양시 홀트일산복지타운에서 다정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홀트일산복지타운 제공
전복남(왼쪽)씨와 김히경씨가 20일 경기 고양시 홀트일산복지타운에서 다정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홀트일산복지타운 제공

“가족이 돼줘서 고맙습니다. 많이 사랑해요.”

서로를 바라보는 예비부부의 눈에서 몽글몽글 사랑이 피어 올랐다. 장애와 나이를 극복하고 25일 결혼의 결실을 맺는 전복남(57ㆍ지체장애 및 지적장애 3급) 김히경(59ㆍ지적장애 2급)씨다. 부부의 날을 하루 앞둔 20일 경기 고양시 홀트일산복지타운에서 두 사람을 만났다. 이들의 시계는 40년 전으로 돌아가 있는 듯 했다. 환갑에 가까운 나이에도 이제 막 통성명을 마친 사춘기 소년ㆍ소녀처럼 얼굴에는 앳된 부끄러움이 가득했고, 세상 어떤 연인보다 풋풋한 모습이었다.

두 사람은 50년 동안 이웃사촌으로 지냈다. 6ㆍ25전쟁 이후 고아가 된 전씨와 김씨는 각각 4세, 5세 때 이 곳에 맡겨졌다. 1961년 미국인 사회복지사 해리 홀트가 해외 입양이 안 되는 장애 아동들을 위해 만든 복지타운에서 두 사람은 일생을 보냈다. 300여명에 가까운 이웃 중에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건 얼마 전이다. 어릴 때부터 자신을 좋아한 김씨의 마음을 전씨가 최근에야 눈치챘기 때문이다. 전씨는 지난해 1월 결혼을 전제로 한 만남을 정식 제안했고, 그 해 마지막 날인 12월 31일 김씨에게 5월의 신부가 되어 달라 청했다. 김씨는 “남 몰래 짝사랑한 복남씨의 프러포즈를 받고 하늘을 나는 기분이었다”고 했다.

난관이 없었던 건 아니다. 장애인 부부가 넘어야 할 장벽은 녹록지 않았다. 시설의 보호를 받던 장애인들에게 결혼이란 독립해 세상 속으로 나아가, 맞서야 한다는 의미다. 때문에 장애 종류가 같거나 중증 장애인처럼 상대의 장애를 보완해 줄 수 없는 경우 자활은 쉽지 않다. 두 사람같은 지적장애인들에게 결혼은 특히 어려운 숙제다.

주변의 우려에도 두 사람은 어떤 예비부부보다 착실하게 신혼생활과 독립을 준비하고 있다. 가사 분담에 대한 합의도 마쳤다. 전씨는 “밥, 반찬 만드는 것과 빨래 개는 것은 내가 맡았다. 누나가 좋아하는 고기 반찬을 많이 만들어 줄 것”이라며 활짝 웃었다. 대신 히경씨는 청소와 빨래를 담당하기로 했다. 김씨는 예비남편이 외식사업가 백종원씨보다 요리를 잘한다며 엄지를 치켜 세웠다. 다행히 복지타운 직원들이 십시일반 혼수를 마련해 주는 등 주위의 응원과 격려도 컸다. 이희지 생활재활교사는 “처음에는 걱정부터 앞섰지만 지금은 천생연분을 만났다는 생각이 든다. 단 하루를 살아도 행복하고 싶다는 부부의 소망이 이뤄진 것 같다”고 말했다.

결혼식을 앞두고 전씨는 턱시도 맵시를 위해 다이어트에 돌입했다. 김씨도 피부관리에 열중이다. 이 세상 많은 부부들보다 ‘더 특별한’ 예비부부의 신혼 전야는 설렘으로 가득했다.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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