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부 마비법… 20대서 즉시 개정을”
거부권 행사엔 신중… 정의장 “메기법”

‘상시 청문회법’(개정 국회법)을 두고 청와대가 “행정부 마비법”이라며 즉시 개정을 요구하고, 정의화 국회의장은 “되레 (행정부를 긴장하게 하는) 메기법”이라고 반박하면서 양측이 또다시 충돌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20일 여야의 자유투표로 전날 19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통과된 상시 청문회법과 관련해 “행정부를 마비시키는 법안”이라며 “즉시 개정돼야 한다”고 밝혔다. 김도읍 원내수석부대표 등 새누리당 친박계 역시 “20대 국회가 개원하는 대로 재개정돼야 한다”고 보조를 맞췄다. 다만 박근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가능성도 점쳐졌으나 여소야대 국회 상황 등을 고려한 듯 청와대는 일단 신중한 모습이다.
상시 청문회법은 가습기 살균제 사건 같은 사회 현안이 발생했을 때 국회 상임위에서 여야의 의결을 거쳐 수시로 청문회를 열 수 있도록 한 게 주요 내용이다. 정 의장은 이날 청와대의 반응에 “행정부와 관료들이 더 철저하게 국민을 위한 정책을 펼치도록 메기 역할을 하는 정책청문회법”이라며 “의장은 (행정부가 조종할 수 있는) 로봇이 아니다”라고 맞받아쳤다.
정치학자들도 상시 청문회법이 장기적으로는 국회 제도 운영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상시 청문회법 자체가 2014년 6월 여야가 추천한 전문가들로 구성한 국회개혁자문위원회가 결론 낸 국회개혁방안을 바탕으로 성안됐다. 이후 국회 운영위원장(당시 유승민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 명의로 발의된 상시 청문회법은 지난해 7월 국회 운영위에서 이견 없이 통과됐다.
국회개혁자문위에 참여했던 한상희 건국대 교수는 “정치공방으로 일관하는 국정조사와 달리 상임위가 사회 현안에 보다 전문적인 검토를 할 수 있게 된다”며 “상임위 중심의 ‘일하는 국회’를 만든다는 취지여서 거의 논쟁 없이 의결됐다”고 말했다. 역시 국회개혁자문위원이었던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미국은 의회가 청문회로 시작해 청문회로 끝날 정도로 활성화 돼있지만, 행정부가 마비되는 일은 없다”며 “상임위 중심으로 국회를 정상화하고 행정부를 제대로 견제할 수 있게 해주는 장치”라고 강조했다.
현 상황은 박 대통령과 정 의장이 대척점에 섰던 4년 전과도 비교된다. 당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었던 박 대통령은 국회 개혁의 일환이라며 18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국회선진화법 통과를 주도했다. 반면 당시 의장대행이었던 정 의장은 의장석에서 가결을 선포하면서도 ‘식물국회’를 우려하며 법안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후 지난해 이른바 쟁점법안 논란 때 청와대는 직권상정을 요구하고 정 의장은 국회선진화법상 요건에 어긋난다고 버티면서 청와대가 오히려 법을 어기라고 압박하는 꼴이란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김지은 기자 lun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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