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27년 만에 한중 빅매치 열려
응원단 위한 관광상품도 개발
올 가을 대규모 ‘축구 유커(중국인 관광객)’의 방한이 예상된다.
한국은 9월 1일 안방에서 중국과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1차전을 치른다. 경기장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결전까지 3개월 이상 남았지만 중국은 벌써부터 들뜬 분위기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중국이 경기 장소를 빨리 정해줄 수 없느냐는 문의를 해왔다. 중국 팬들의 관심이 대단한 것 같다”고 전했다. 이 기간 축구를 보러 1~2만 명의 대규모 응원단이 입국할 거란 예측도 나온다.
월드컵 최종예선 한중전은 1989년 싱가포르에서 열린 1990 이탈리아 월드컵 최종예선 이후 27년 만이다.
중국은 2002 한일 월드컵 뒤 본선은 고사하고 최종예선 무대조차 밟지 못했다. 이번에도 2차 예선 탈락이 유력했다가 마지막 경기에서 북한이 필리핀에 역전패를 당하는 바람에 행운의 티켓을 거머쥐었다. ‘축구굴기(축구로 일으켜 세우다)’를 표방한 시진핑(73) 중국 국가주석은 ▶월드컵 자력 진출 ▶월드컵 개최 ▶월드컵 우승이라는 단계적 목표를 제시했는데 이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러시아 월드컵행을 갈망하고 있다. 물론 A조에는 한국(54위)과 이란(42위), 우즈베키스탄(66위), 카타르(83위), 시리아(110위) 등 중국(81위)보다 강 팀이 많아 쉽지 않다.
가오 홍보(50) 중국대표팀 감독도 팬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가오 홍보 감독은 올 1월 프랑스 출신의 알랭 페랭(60) 감독 대신 지휘봉을 잡아 극적으로 최종예선 진출을 이끌었다. 그는 2009년부터 2012년까지 중국대표팀을 이끌 때 2010년 일본 동아시안컵에서 한국에 3-0 완승을 거두고 32년 동안 이어지던 공한증을 깬 주인공이다. 중국대표팀은 한국과 상대 전적에서 1승12무17패로 절대 열세인데 딱 한 번 승리한 사령탑이 바로 가오 홍보다.
한중전을 겨냥한 관광 상품도 나왔다.
한국관광공사는 ‘2016년 중국인 한국관광의 해’를 맞아 중화권 시장 맞춤형 대표 테마 상품 88선을 뽑았다. 중국 사람들이 ‘돈을 벌다’는 뜻의 ‘빠(發)’와 발음이 같은 8을 유난히 좋아한다는데 착안해 88선으로 정했다. 이 중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을 관람하는 상품도 있다.
경기 장소에 따라 유커의 방한 규모가 달라질 전망이다.
김성진 한국관광공사 중국마케팅센터 차장은 “중국 관광객의 80%가 서울에 머문다. 동선을 감안하면 서울월드컵경기장일 때 가장 많은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다. 이 경우 최소 5,000명, 상황에 따라 훨씬 더 많은 숫자가 방문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에 살고 있는 중국인들까지 감안하면 경기 당일 원정 응원단 숫자는 어마어마할 것으로 보인다. AFC 규정에 따르면 관중석의 최소 5%를 원정 팀에 할당해야 한다. 서울월드컵경기장(6만6,000석) 중 최소 3,300석이 중국 원정 팬들의 몫이다. 물론 협회 재량에 따라 그 이상을 줄 수도 있다. 아시아축구연맹(AFC)은 경기 3개월 전 장소를 확정하라고 권고하는데 협회는 울리 슈틸리케(62ㆍ독일) 국가대표 감독의 의견 등을 감안해 곧 결정할 방침이다.
관광조사 실태 조사(2014년 시준)에 따르면 중국 관광객이 서울에서 2박, 제주에서 2박을 하고 갈 경우 1인당 소비 금액이 2,094달러(249만원)에 달한다. 5,000명이면 이들이 쓰고 가는 돈만 121억 원이다.
윤태석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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