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항공 MS804여객기 추락 원인으로 테러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지만 추락 직전 폭발 징후가 발견되지 않는 등 미스터리는 풀리지 않고 있다. 사고기의 블랙박스를 회수하지 못할 경우 사건 자체가 미궁에 빠질 우려가 높아졌다.
마이클 매콜 미국 하원 국토안보위원장은 19일(현지시간) “이집트 당국으로부터 초기 단서에 대한 브리핑을 받았다”면서 “테러일 수 있다는 명백한 우려가 있다”고 의회전문지 더 힐에 밝혔다. 그는 “사고기는 추락 전 카이로, 튀니지 수도인 튀니스, 파리에 있었다”며 “파리 공항에서 폭탄이 설치됐거나 아니면 그 이전에 폭탄이 설치됐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파리가 이슬람국가(IS) 등 테러범들의 표적이 돼온 만큼 파리를 출발한 MS804여객기에 폭탄이 실렸을 수 있다는 추측이다. 이집트 항공당국도 테러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로이터통신은 이날 미 정부기관 관계자를 인용해 “인공위성 사진을 판독한 결과 추락 직전 여객기에 폭발이 일어난 흔적은 없었다”고 전해 테러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여객기 비행 당시 폭풍과 같은 악천후가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에 기내에서 폭탄이 터졌다면 빛과 열 등이 인공위성에 감지됐어야 한다. 일각에서는 파리와 브뤼셀 테러 이후 프랑스 공항이 보안을 대폭 강화해 테러범들이 여객기에 폭탄을 설치하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여객기가 단 10분만에 이상비행에 들어간 것도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지적했다. 그리스 관제당국은 19일 오전2시26분에 여객기 조종사들과의 교신을 통해 “이상 없음”을 확인했다. 하지만 단 10분 후인 오전2시37분 여객기는 갑자기 오른쪽으로 90도 회전하는 등 이상비행을 펼치다 오전2시45분 추락했다. NYT는 “조종사들이 테러범들에게 인질로 잡혔을 수도 있지만 조종사들의 신변 이상이나 고의적인 추락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집트 정부는 20일 성명을 통해 이집트 북부 항구도시 알렉산드리아로부터 약 180마일(290㎞) 떨어진 해상에서 여객기 잔해를 찾았다고 밝혔다. 이집트 당국은 잔해 발견을 계기로 탑승자 전원이 숨진 것으로 사실상 결론을 내렸다. 그리스의 파노스 카메노스 국방장관도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시신 일부와 좌석, 1개 이상의 가방이 수색팀에 발견됐다”고 밝혔다. 이집트 군은 잔해 발견 해상에서 블랙박스를 찾는 데 주력하고 있다. 아프리카 남동부 모잠비크 해안에서 2014년 3월에 실종된 말레이시아항공 여객기의 경우 블랙박스를 회수하지 못하면서 사고 원인이 지금까지도 밝혀지지 않고 있는 상태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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