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공기업이 발주한
무인 전동차 232량 공급 따내
올해 수주 벌써 1조4100억원
종합 철도 전문 기업 현대로템이 말레이시아에서 2,876억원 규모의 전동차 수주에 성공했다. 현대로템의 올해 수주 총액은 이미 1조4,000억원을 넘어섰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조선ㆍ해운업종과는 대조되는 모습이어서 눈길을 끌고 있다.
현대로템은 20일 말레이시아 공기업인 MRT 코퍼레이션에서 발주한 무인 전동차 232량 공급 사업을 수주했다고 밝혔다. 세계 1위인 중국 최대 고속철 회사인 중국중처(中國中車ㆍCRRC)와 독일 지멘스 등 굴지의 글로벌 기업들을 제치고 이룬 성과다. 이번에 수주한 전동차는 2022년 개통되는 수도 쿠알라룸프르에서 남쪽으로 25㎞ 떨어진 푸트라 자야 지역 52㎞의 신규 노선에 투입된다.
올해 현대로템은 지난해와는 확연히 다른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현대로템은 해외 수주를 단 한 건도 하지 못했다. 그러나 지난 1월 필리핀 마닐라 전동차 공급 계약(5,314억원)을 시작으로 뉴질랜드 웰링턴의 전동차 유지보수(1,870억원), 부산 1호선 전동차 공급(528억원), 터키 이스탄불 전동차 공급(3,590억원)에 이번 말레이시아 수주까지 올해는 벌써 수주금액이 1조4,178억원에 달한다. 지난 3일에는 이란 철도청에 디젤동차 150량(3,000억원 규모)을 공급하는 양해각서(MOU)도 체결했다. 7월말 정식 계약 예정이다.
연이은 수주에 지난 1분기 매출은 7,241억원, 영업이익은 308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 128억원의 영업손실에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현대로템의 이 같은 반전은 ‘선택과 집중’에 그 비결이 있었다. 철도 사업은 기간사업으로 수요가 제한적이다. 때문에 그 동안 동남아나 터키 등 한국에 우호적인 국가에서 발주할 경우 수익성을 따지기 보다 무조건 수주해 공장을 가동시켜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다. 특히 중국 업체들이 저가 공세를 펼치며 계약을 휩쓸어 가자 무리하게 저가를 제시했다 이윤이 남지 않는 낭패를 본 경우도 많았다. 이로 인해 현대로템은 지난해 당기순손실 3,045억원으로 사상 최대 적자를 냈다.
그러나 올해부턴 선택적 수주로 기조를 바꿨다. 지난 3월에는 서울 양재동에 있던 본사도 경기 의왕시의 연구소로 옮겼다. 이와 함께 ‘경영 혁신 위원회’를 출범시켜 각 프로젝트마다 수익과 위험을 경영ㆍ생산ㆍ연구 부문이 함께 평가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이를 바탕으로 방글라데시와 태국의 철도청 사업은 과감하게 입찰을 포기했다.
전동차의 품질 만족도도 한 몫 했다. 브라질 터키 인도 등에 납품한 전동차(4량 기준)가 45만㎞를 달리는 동안 한 번도 고장이 나지 않았다는 사실이 업계의 평가를 받았다.
현대로템은 하반기에도 한번 더 도약을 꿈꾸고 있다. 우선 올해 최대 규모로 꼽히는 호주 시드니의 1조원 규모 전동차 수주 사업이 관건이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철저한 준비로 상반기의 좋은 성적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준호 기자 junho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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