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론적 입장 되풀이…기대 이하였다”
다른 피해자 모임 ‘가피모’는 불참
영국 본사 사과 편지도 돌려보내

옥시레킷벤키저(옥시) 고위 관계자가 가습기 살균제 피해 발생 이후 처음으로 피해자와 가족들을 직접 만나 사과했다. 피해자와 가족들은 “진정성 없는 사과”라며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옥시 한국법인 아타 울라시드 사프달 대표는 20일 오후 대전 아드리아호텔에서 ‘제1회 옥시 가습기 살균제 관련 사과의 장’ 행사를 갖고 “정말 유감스럽다. 이런 자리를 마련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려 정말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비공개로 진행된 이날 행사에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유가족연대(유가족연대) 회원 1ㆍ2등급 피해자와 가족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행사는 사프달 대표의 사과를 시작으로, 피해자와 가족들이 마이크를 넘겨받아 질의 응답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날 행사는 옥시 측 관계자들을 만날 기회가 없었던 참석자들이 줄곧 “사연을 듣고 일일이 사과할 것”을 요구한 데 따른 것이다.

옥시측은 이날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와 소통을 통해 개인 보상안을 마련하는 데 노력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는 한편, 피해자 의견을 수렴해 오는 7월말까지 합의기구를 마련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되풀이했다. 6월에는 서울에서 한차례 더 이런 자리를 마련한다는 약속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참석자들은 사프달 대표가 지난 2일 기자회견 때보다 진전된 사과와 배상계획을 내놓지 않았다며 실망감과 불신감을 드러냈다.
최승운 유가족연대 대표는 행사 직후 “지난 5년 동안 느꼈던 것과는 이제 다르지 않을까 해서 왔는데 괜한 기대를 한 것 같다”며 “아픈 몸을 이끌고 전국에서 온 피해자와 가족들에게 옥시 측에서 먼저 진정 어린 사과와 배상계획을 내놓아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 정말 기대 이하였다”고 비판했다.
사프달 대표는 이날 행사 직후 취재진과 만나 “피해자들의 슬픔과 고통에 대한 책임을 통감한다”며 “피해자들과 협의해 공정하고 신속한 보상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또 다른 피해자 모임인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와 가족모임(가피모)과 환경보건시민센터는 옥시 영국본사 라케시 카푸어 대표가 보낸 사과 편지를 “사과의 진정성이 떨어진다”며 돌려보냈다. 가피모는 또 “옥시가 대전에서 주최하는 피해자들과의 모임은 피해자들과 사전 논의되지 않은 것으로 가피모와 무관하다”며 “정부가 피해자로 인정하는 1ㆍ2단계 중증 피해자들만 대상으로 해 나머지 피해자들을 고려하지 않는 한계가 있다”며 불참 의사를 밝혔다.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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