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당국, 4개월째 발생 사실 ‘쉬쉬’
역학조사 안해 감염경로도 오리무중
소 브루셀라 청정지역 지위도 ‘흔들’
제주에서 올해 처음 사람과 동물이 동시에 걸리는 인수공통감염병인 브루셀라 환자가 발생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하지만 제주도 환자발생 사실을 확인했지만, 수개월간 감염경로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제주도는 지난 1월21일 서귀포시에 거주하는 A씨(83)가 심한 복통으로 서울 대형병원에 입원했다가 같은달 27일 브루셀라 감염 확진 판정을 받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20일 밝혔다. 현재 환자는 치료를 받고 퇴원한 상태다.
브루셀라증은 브루셀라균에 감염된 소나 돼지를 먹거나 감염된 가축 근처에서 균을 흡입했을 때 나타나는 감염병으로, 법정 3군 전염병으로 분류되어 있다. 인체에 감염을 일으키는 브루셀라는 브루셀라 멜리텐시스(염소ㆍ양·낙타)를 포함해 브루셀라 아보투스(소), 브루셀라 수이스(돼지), 브루셀라 카니스(개) 등 총 4종이다. A씨는 이 중 브루셀라 아보투스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지난 1월 A씨의 감염 사실을 확인한 제주도 보건당국이 “A씨가 소의 간이나 천엽 등을 날 것으로 즐겨 먹어왔다”는 가족들의 진술을 확보했을 뿐 정확한 감염 경로 파악과 시료 확보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데 있다.
결국 환자 발견 당시 역학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제주도 보건당국은 현재까지 A씨가 제주산 소에 의해 감염된 것인지, 다른 지방에서 반입된 소에 의해 감염된 것인지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도보건당국은 또 A씨의 감염 사실을 가축 방역과 축산 정책을 담당하는 제주도청 축산정책과에 통보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만약 A씨가 제주산 소에 의해 브루셀라에 감염된 것으로 판명되면 제주도가 13년째 유지해 온 ‘소 브루셀라 청정지역’의 지위가 흔들릴 수 있는 위기를 맞게 된다. 제주도는 2003년 12월 소 결핵 및 브루셀라 전염병 청정지역으로 인증받아 현재까지 13년 동안 유지하고 있다.
이에 대해 도 관계자는 “제주에서는 2003년 소 브루셀라 청정지역을 선포하고 나서 매년 철저하게 조사하고 방역을 하고 있고, 현재까지 소 브루셀라 발생 의심 증상도 나타나지 않고 있다”며 “타 지역에서 반입된 소 부산물 때문에 감염됐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소 브루셀라 청정지역 유지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