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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제한 적립금 용처 밝혀라” 쎈돌 또 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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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제한 적립금 용처 밝혀라” 쎈돌 또 강수

입력
2016.05.20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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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관 자체 완전히 뜯어고치고

상식이 통하는 곳으로 만들어야”

이세돌, 기사회 탈퇴 입장 고수

수입의 최대 15% 공제 규정 탓

상위 기사 수입으로 채워져 불만

20일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제17기 맥심커피배 입신최강자전 시상식에서 이세돌(오른쪽) 9단과 양건 프로기사회장이 행사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20일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제17기 맥심커피배 입신최강자전 시상식에서 이세돌(오른쪽) 9단과 양건 프로기사회장이 행사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이세돌(33) 9단이 프로기사회 탈퇴라는 극단적인 결정으로 불만을 표출한 수입 공제가 도마 위에 오르면서 바둑 기사들의 수입과 공제 용처에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프로바둑 기사는 타 스포츠 선수들과 달리 프로 구단이나 소속팀이 없다. 따라서 각종 대회에 출전해 받는 상금과 대국료가 주 수입원이다. 스타 기사의 경우 광고 출연으로 영리 활동을 하는 등 프로 기사들 사이에서도 수입은 부익부 빈익빈이다. 톱랭커들은 평균 1억5,000만원~3억원 가량 벌지만 40위권 밖의 기사들은 5,000만원 미만의 박봉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한국기원에 등록된 바둑기사는 총 320명으로 모두 프로기사회에도 가입돼 있다. 이세돌 9단이 문제 삼은 프로기사회의 수입 공제는 해외 기원 주최 세계대회에서 올린 수입에서는 3%, 한국기원이 주최한 국내 대회 수입에서는 5%, 국내 주최 세계대회(LG배ㆍ삼성화재배 등)에서는 수입의 15%를 떼는 것으로 공식 규정과 정관에 명시돼 있다. 1967년 기사회 출범 초기부터 이어온 제도다. 기사회 기금은 회원 복지나 바둑 보급활동에 들어간다. 은퇴한 기사에게 지급하는 위로금으로도 상당 부분 쓰인다. 그런데 기사들의 수입이 상후하박의 구조이다 보니 일률적인 공제율을 적용하면 기사회 기금 대부분이 상위 기사들의 수입으로 채워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한국기원에서도 중국 갑조리그 등 외국이 주최한 대회의 상금을 탄 프로기사에게서 일명 주관료 명목으로 상금의 10%를 뗀다. ‘세기의 대국’으로 관심을 끈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 알파고의 ‘매치’도 그 대상에 포함됐다. 이세돌 9단은 알파고 대국료와 승리 수당의 10%를 한국기원에 냈다. 한국기원이 주관ㆍ주최한 대회에서는 상금을 탄 기사가 아닌 상금을 제공하는 후원사가 10%의 주관료를 부담한다. 한국기원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주관료는 한국기원 인건비와 바둑 보급 사업 운영비로 쓰인다.

일각에서는 “한 해 14억원을 버는 이세돌 9단이 형편이 넉넉지 않은 동료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것을 반대하는 것처럼 비쳐진다”는 여론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세돌 9단이 독소 조항으로 지적한 건 공제 자체가 아니라 퇴직 시 위로금 상한선이 4,000만원으로 묶여 있다는 점이다. 공제율은 모든 기사들에게 똑같이 적용한다 하더라도 퇴직금 수령 시에는 실 납부 액수가 감안돼야 형평성에 맞는다는 주장이다.

이세돌 9단은 20일 서울 중구 더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맥심커피배 입신최강전 시상식에서 “기사회 적립금 문제는 일부분에 불과하다. 바둑계 내부를 상식이 통하는 곳으로 만들어 가야 한다고 생각해 탈퇴서를 냈다”면서 “대화로 풀어나갈 게 한두 개가 아니다. 이걸 어떻게 풀어나가겠나. 사실상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양건 프로기사회장이 현재 약 65억원이라고 밝힌 적립금 용처에 대해서도 “바둑 보급이나 발전을 위해 썼는지 이야기해줬으면 좋겠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기사회가 요구사항을 받아들이면 탈퇴를 철회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정관 자체를 완전히 뜯어고치다시피 해야 한다. 그게 과연 될까? 된다면 탈퇴 철회도 가능하다”고 답했다. 그는 탈퇴라는 초강수를 내민 이유에 대해서는 “이렇게 하지 않으면 고쳐지지 않는다. 고치려고 노력을 안 했던 것도 아니다. 이렇게 해서라도 고쳐지길 원하는 마음에서 탈퇴했다”고 설명했다. 이세돌 9단은 탈퇴 시 한국기원 대회에 출전할 수 없다는 규정에 대해서도 “기사회가 예전에는 한국기원보다 우선이었다는 말도 있지만, 지금은 분명히 친목단체다”라며 탈퇴 시 대회 출전에 불이익을 받을 경우 소송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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