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김재환. /사진=임민환 기자
독주 채비를 갖춘 두산은 요즘 큰 고민에 빠졌다. 강타자가 많아서 누구를 4번 자리에 넣어야 할지 모르겠다. 그야말로 행복한 고민이다. 경기 상황이나 타자의 컨디션에 따라 교통정리를 하겠지만 4번 타자 후보가 3명이나 라인업에 들어간 두산 타선은 타 팀에 공포 그 자체다.
두산의 현재 4번 타자는 18년 만의 '잠실 홈런왕'에 도전하는 김재환(28)이다. 김재환은 19일까지 홈런 12개로 1위 LG 루이스 히메네스(28)에 1개 뒤진 부문 2위다. 기존 4번 오재일(30)이 옆구리 부상으로 빠지자 그 자리를 꿰차 거포 기질을 마음껏 뽐냈다.
그는 4번 타자로 고정된 5일 LG전부터 19일 KIA전까지 13경기에서 타율 0.382 5홈런 15타점 장타율 0.709로 팀 타선의 중심을 잡았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공을 때리는 포인트도 좋고, 손목을 제대로 쓴다"고 칭찬했다.
김재환이 당당하게 1군 선수로 자리 잡은 사이 오재일이 부상을 털고 18일 KIA전에 돌아왔다. 오재일은 부상 전까지 23경기에서 타율 0.392 5홈런 17타점으로 활약했다. 그리고 복귀 첫 날부터 6번 타자로 밀려난 것을 무력시위 하듯이 맹타를 휘둘렀다. 18일 경기에서 3안타 3타점, 이튿날 경기에서는 4번 타자로 나가 안타 2개를 추가했다.
기대 이상으로 제 몫을 해주는 김재환과 오재일의 활약 만으로도 든든한데 '미운 오리'였던 닉 에반스(30)까지 살아났다. 올해 개막전 4번 타자 에반스는 시즌 초반 꾸준한 기회를 받았지만 4월 한 달간 타율 0.164 1홈런 5타점으로 부진했다. 결국 지난달 23일 한화전을 끝으로 2군에 내려갔다.
열흘 넘게 2군에서 재충전을 한 그는 4월과 다른 타자가 됐다. 5월6일 다시 부름을 받고 1군에 올라온 뒤 12경기에서 타율 0.375 4홈런 14타점을 몰아쳤다. 지금 기세라면 4번 후보로 손색없다. 에반스는 "팀 라인업을 보면 즐겁다"며 "매일 해결사가 등장한다"고 즐거워했다.
4번 후보 3명을 동시에 넣어 최고의 효과를 내기 위해 많은 고민을 했던 김 감독은 "오재일이 4번, 김재환은 7번에서 쳤을 때 모습이 가장 좋다"고 정리했다. 또 오재일과 김재환 사이에는 5번 양의지, 6번 에반스가 들어가는 그림이 이상적이라고 봤다.
오재일, 김재환은 모두 왼손 타자이지만 오재일이 상대적으로 좌투수 공을 잘 공략하고 불리한 볼카운트에서 대처하는 능력 역시 낫다는 판단이다. 반면 김재환은 아직까지 왼손 투수 변화구에 약점을 보이고 있다. 에반스는 오재일과 김재환의 타격 페이스가 둘 다 떨어질 때 활용하는 '제3의 4번 타자'다.
김지섭 기자 onion@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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