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 딸을 학대해 숨지게 하고 시신을 11개월 동안 집에 방치한 혐의로 기소된 목사 아버지와 계모에게 법원이 검찰 구형보다 높은 중형을 선고했다.
인천지법 부천지원 형사1부(부장 이언학)는 20일 열린 선고 공판에서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아동학대치사 및 사체 유기 등 혐의로 기소된 목사 이모(47)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또 같은 혐의로 기소된 계모 백모(40)씨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하고 이들에게 200시간의 아동학대 치료 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다. 앞서 검찰은 이들에 각각 징역 15년, 징역 12년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딸 이양을 신체적·정서적으로 학대하고 7시간에 걸쳐 폭행해 죽음에 이르게 한 뒤 사체를 11개월 동안 방 안에 방치했다”며 “죽음을 마주하기에는 너무 이른 12세 소녀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에 엄청난 충격과 공포를 안겨 준 것으로서 무거운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이양의 도벽과 거짓말이 학대의 원인이 되었다면서 책임을 전가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어 진심으로 슬퍼하는 마음인지 진정성이 의심된다”고 설명했다.
이언학 부장판사는 선고 마지막에 “우리가 너를 아픔과 고통으로부터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해. 부디 하늘나라에서 사랑하고 보고픈 엄마를 만나 행복하길 바라. 더 이상 학대로 고통 받은 아이들이 없도록 밝게 지켜봐 달라”는 내용의 편지를 낭독했다.
이씨 부부는 지난해 3월 17일 7시간 동안 부천 집 거실에서 중학교 1학년생인 딸(당시 12세)을 마구 때린 뒤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양의 시신은 올해 2월 3일 경찰이 이씨 집을 압수수색할 당시 작은 방에 이불이 덮인 채 미라 상태로 발견됐다.
이양은 숨질 당시 키 143㎝, 몸무게 36.8㎏으로 또래 평균인 키 152.7㎝, 몸무게 43.8㎏에 비해 매우 왜소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목사인 이씨는 독일 유학파 출신 박사 학위 소지자로, 신학대 겸임교수로도 일했다.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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