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과 미국, 호주 등 세계 주요 경제권과 잇따라 체결한 자유무역협정(FTA)이 국산 과일들의 가격 지형도를 바꿔놓고 있다. FTA로 직격탄을 받은 국산 포도는 재배면적이 줄면서 값이 오른 반면 FTA 영향이 덜한 복숭아와 사과는 재배면적 증가로 가격이 떨어지고 있다.
20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에 따르면 여름철 대표 과일인 복숭아는 올해 재배 면적이 지난해보다 4% 안팎 증가할 전망이다. 이로 인해 지난해, 평년에 비해 10% 이상 쌌던 복숭아 가격은 올 여름에도 특별한 재해가 없는 한 지난해 보다 5~10% 추가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7월 복숭아 백도 상품 4.5㎏ 기준 가격은 1만8,000원선이었지만 올해는 1만6,000~1만7,000원선에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재배 면적이 2% 정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사과도 지난해 가격이 평년보다 30% 이상 낮았지만 올해는 이보다 더 낮은 가격에 시세가 형성될 전망이다. 특히 심은 지 3~4년 후부터 과실을 맺기 시작하는 유목(어린 나무) 면적이 지난해보다 5% 증가해 사과 가격은 중장기적으로도 하락이 예상된다고 업계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사과의 5월 시세는 저장 물량 출하량이 지난해보다 25%가량 증가한 데 힘입어 지난해 5월의 3만8,770원보다 48%나 낮은 2만원 선에서 형성되고 있다.
복숭아와 사과뿐 아니라 배도 가격 하락이 예상돼 신고배 15kg 상품 기준 5월 시세는 3만~3만6,000원선으로, 평년(약 4만4,281원) 수준에 못 미칠 것으로 예상됐다.
반면 FTA 체결로 수입이 크게 늘 것으로 예상되는 포도는 올해 재배 면적이 지난해보다 7%나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상당수 포도 농가가 재배 면적을 줄이거나 포기하면서 올여름 포도 가격은 지난해 대비 10~15%가량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마트 관계자는 “세계 각국과 체결한 FTA로 인해 국내 과일 시장에도 상당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면서 “올해 여름 국산포도 시세가 높을 것을 감안해 생산자 직거래 체계를 갖추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허재경 기자 rick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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