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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의 봄은 옛 말…IS 점령 후 ‘저주의 도시’ 된 리비아 시르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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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의 봄은 옛 말…IS 점령 후 ‘저주의 도시’ 된 리비아 시르테

입력
2016.05.1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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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0월 무력충돌로 폐허가 된 리비아 시르테. AP연합뉴스
2011년 10월 무력충돌로 폐허가 된 리비아 시르테. AP연합뉴스

“2011년 혁명을 맞은 시르테는 희망으로 가득 차 있었다. 하지만 지금 그곳은 저주받은 땅일 뿐이다” 리비아 내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의 최대 거점으로 꼽히는 시르테로부터 생환한 한 주민은 이 같은 말로 고향의 참상을 전했다. 한때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가 사살된 곳으로 이름을 떨치던 시르테는 2016년 현재 IS가 활개치는 무법지대로 전락해 국제사회에 구조요청을 보내고 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18일(현지시간) IS의 초법적 폭력에 노출된 시르테의 참상을 알리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HRW는 IS에 점령당한 시르테에서 잔혹 행위를 견디다 못해 탈출한 주민 45명을 심층 인터뷰해 IS가 주민들을 상대로 무자비하게 살인, 약탈을 저지르고 있다고 보고했다. 시르테를 중심으로 190여㎞에 달하는 리비아 중북부 해안이 IS에 장악된 가운데 민간인을 포함해 최소 49명이 참수 또는 총살 당한 정황도 드러났다. 증언에 따르면 IS는 일반인들에 간첩, 신성모독 등 혐의를 씌워 도시 한복판에서 공개 참수한 후 교수대에 시신을 매달아놓는 악행을 거듭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주민들의 탈출 행렬이 끊이지 않고 있지만 인구 8만명 중 3분의 1은 도시에 잔류하고 있어 우려를 더하고 있다.

IS의 악행이 계속해서 보고되고 있지만 정정불안에 휩싸인 리비아는 IS를 격퇴할 방안을 찾지 못하는 실정이다. 리비아는 2011년 ‘아랍의 봄’의 영향을 받은 민주화 혁명으로 카다피의 42년 독재 정권이 종식된 후 내전에 시달려 왔다. 2014년 6월 총선이 시행됐으나 동부 토브루크의회와 서부 트리폴리의 ‘국민구국정부’ 간 분열만 공고해진 데다 지난 3월 유엔과 국제사회의 지지 아래 출범한 통합정부(GNA) 또한 자리 잡지 못한 상태다. IS는 정국 혼란을 틈타 지난해 2월 카다피의 고향인 시르테를 점거하기 시작해 지난달 기준 리비아 내 최대 6,000명의 조직원이 활동할 정도로 세를 키워 나갔다.

시르테는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수세에 몰린 IS가 끝까지 사수해야 하는 역외 거점으로 꼽히고 있다. 특히 동쪽 인근에 알시드라ㆍ라스라누프 유전을 두고 있어 최근 자원 부족에 시달리는 것으로 알려진 IS로서는 포기할 수 없는 요충지다. 현재 서쪽 알부에라부터 동쪽 벤자와드까지 중북부 해안을 장악한 IS는 유전지대를 코앞에 둔 채 국지적 충돌을 이어 가고 있다. 미국, 러시아 등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들은 16일 IS 저지를 위해 통합정부에 무기 및 훈련을 지원하는 데 합의했지만 성공 가능성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최대 문제는 시르테 주민들의 물자 부족 사태다. HRW에 따르면 IS는 민가 점거 후 음식과 의약품, 연료를 모두 압수해 주민들을 고립시켰다. 도시 바깥과 통신 수단이 단절돼 IS가 운영하는 콜센터를 통해서만 소통이 가능한 상태다. 국제 구호단체들도 2011년 혁명 당시 무력충돌과 2014년 내전을 거쳐 리비아에서 모두 철수해 위기 타개책이 전무하다. 5만명이 넘는 탈출 주민들을 수용해야 하는 이웃 도시도 비상 사태이긴 마찬가지다. 시르테에서 서쪽으로 240㎞가량 떨어진 미스라타의 모하메드 에시테위 시장은 “도움이 시급하다”며 “피난민들에게 숙식을 제공할 여력이 없다”고 호소했다.

김정원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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