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원장+부위원장 연간 억대 사용
지출내역엔 기밀판공비까지
회계감사도 내부 인사가 담당
노조원들 “씀씀이 낱낱이 밝혀야”

‘간부활동수당 1억6,200만원, 판공비 6,000만원, 기밀판공비 6,000만원…’
국내 최대 버스회사인 KD운송그룹 한 계열사 기사로 일하는 A씨는 최근 노동조합이 지난해 쓴 조합비 지출내역을 보고 기가 막혔다. 10여 년 일하는 동안 연간 60만원 안팎의 조합비를 꼬박꼬박 내면서 가졌던 집행부에 대한 믿음은 무참히 깨졌다.
A씨는 “정보기관도 아닌 노조가 기밀판공비를 쓴다는 게 이해되느냐”며 “통상시급이 6,687원인 기사들이 ‘귀족 집행부’에 고혈을 짜 바치고 있는 셈”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KD그룹 A계열사 노동조합 간부들이 개인 급여와는 별도로 연간 억대가 넘는 판공비를 써 일부 노조원들이 반발하고 있다. 매년 조합비 규모가 10억 원이 넘지만, 외부 감사도 없었다. A계열사 노조는 사측의 입김이 작용해 대의원 조직이 꾸려졌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본보 18일자 12면)
19일 한국일보가 입수한 KD그룹 A계열사 노동조합의 2014년, 2015년 조합비 지출내역을 보면 위원장의 판공비는 직무판공비 3,600만원, 기밀판공비 3,600만원 등 연간 7,200만원에 달했다.
부위원장도 직무판공비 2,400만원, 기밀판공비 2,400만원(2015년) 등 4,000만 원대 판공비를 썼다. 매년 억대가 넘는 고액의 돈이 노조 집행부 최고위층 2명의 활동비 명목으로 쓰인 셈이다.
집행부 간부(40여명)들은 또 활동수당으로 1인당 매월 수십만 원씩 모두 1억6,200만원을 챙기고 있었다. 조직사업비 등의 명목으로 1억2,000만원 상당을 집행하는 방만한 운영이 수두룩하다고 노조원들은 지적했다.
조합비는 승무사원(기사) 1명이 매월 급여의 1.5%(5만원 안팎)씩 내는 방식으로 걷히는데, 그 규모가 연간 13억~15억 원에 달한다.
노조원들은 막대한 규모의 조합비가 ‘깜깜이’식으로 쓰이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증빙 영수증이 없는 경우가 빈번하고, 법이 규정한 사용내역 공개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회계감사 역시 외부 전문기관이 아닌 내부 조합원(승무사원)에게 맡겨 투명성이 떨어진다고 했다.
노동조합법 및 노동관계조정법은 조합비를 6개월에 한번 이상 감사해 모든 조합원에게 그 결과를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10여 년간 A계열사 기사로 일하고 있다는 한 노조원은 “조합비 결산 내역을 받아본 적이 없다”며 “집행부는 전문기관에 감사를 의뢰, 조합비 씀씀이를 낱낱이 밝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 집행부 측은 조합원 수(2,200여명)에 비하면 판공비 등은 과한 것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결산 자료, 영수증 등도 노조 사무실에 비치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노조 집행부 관계자는 “회계감사를 외부에 맡기면 돈이 많이 들어 자체 선임하고 있는 것”이라며 “조합비의 투명한 운영을 위해 시스템을 더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2월 치러진 A계열사 노조 대의원 선거과정에서는 KD그룹 간부들이 사측에 적대적인 후보들의 사퇴를 종용하는 음성파일이 공개되는 등 ‘어용노조’ 구성 의혹이 일었다. 사용자의 노조 선거개입은 위법이다.
유명식기자 gij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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