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경제현안 설문조사
86%는 “업종 정체ㆍ사양기” 비관
국내 주요 업종별 단체의 90%는 현재 주력 생산품이 공급 과잉상태라고 진단했다. 현재의 공급 과잉이 10년 이상 장기간 지속될 것으로 본 단체도 10곳 중 3곳이나 됐다.
19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건설, 자동차, 반도체, 스마트폰, 조선, 철강, 섬유 등 업종별 단체 30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경제현안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27곳(90%)이 ‘공급 과잉 상태’라고 답했다. 수요가 공급보다 많다고 응답한 곳은 한 곳도 없었고, 시장 수요와 공급이 균형 상태라고 응답한 곳은 3곳(10%)이었다.
공급과잉 상황이라고 밝힌 단체 27곳 중 12곳(38.6%)은 경쟁국의 시장진입 증가를 가장 큰 원인으로 꼽았다. 이어 세계 경기침체에 따른 단기적 수요 감소(9곳), 국내 경쟁기업의 생산증가(4곳) 등의 순이었다.
업종에 대한 전망은 비관적이었다. 현재 업종이 성장 정체기이거나 사양화 단계라고 답한 단체는 26곳으로 조사 대상의 86.7%에 달했다. 고도 성장기나 완만한 상승기라고 응답한 단체는 4곳에 불과했다.
불황의 원인이 되고 있는 과잉공급 현상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게 이들 단체의 전망이었다. 1년 이내에 과잉공급이 해소될 것으로 본 단체는 한 곳도 없었고, 3년 이내 해소될 것으로 본 단체가 29.6%였다. 해소 시점을 ‘5년 이내’로 본 곳은 22.3%, ‘10년 이내’로 본 곳은 11.1%였다. 특히 10년 이상 과잉공급이 지속될 것이라는 응답도 29.6%나 됐다.
이런 상황 때문에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감소한 업종은 절반에 가까운 43.3%였고, 매출액이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이 감소한 업종은 13.3%, 매출이 감소한 대신 영업이익이 늘어난 ‘불황형 흑자’를 기록한 업종은 26.7%였다.
현재의 경영 환경을 ‘장기 불황’으로 본 업종 단체는 절반이 넘는 56.7%였고, ‘일시적 경기 호전’으로 본 곳은 20%뿐이었다.
불황이 지속될 경우 가장 우선해야 할 조치(복수응답)로는 감산ㆍ조업단축이 19곳(38.0%)으로 가장 많았고, 투자 축소(10곳), 인력 감원(7곳), 사업분할(7곳) 등의 응답이 뒤를 이었다.
추광호 전경련 산업본부장은 “공급과잉과 경기침체로 우리 산업이 어려운 상황에 빠져 있지만 규제 완화와 신성장동력 확보를 통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한다면 산업 경쟁력이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준규 기자 manb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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