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화(松花) 가루 날리는 외딴 봉우리/ 윤사월 해 길다 꾀꼬리 울면 /산지기 외딴 집 눈 먼 처녀사/문설주에 귀 대고 엿듣고 있다’
학창시절, 국어교과서에서 접했던 청록파 시인 박목월이 노래한 시 ‘윤사월’에는 노란 소나무 꽃가루인 송홧가루가 등장한다. (올해는 윤달이 2월이었다) 혈액순환과 신진대사에 좋다고 알려져 꿀에 타먹고 다식으로도 만들어 이웃과 정을 나누던 5월의 꽃가루가 최근 들어 천덕꾸러기 대접을 받고 있다. 미세먼지와 꽃가루 알레르기에 민감한 사람들이 마치 공해물질이라도 되는 듯 송홧가루를 멀리하게 된 것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소나무에서 떨어져 나와 바람에 날리던 노란 꽃가루들은 강물 위에 내려앉아 켜켜이 쌓인 지층 마냥 신비한 무늬를 만들어 놓았다.
1억년 이상 바람을 따라 생존해 온 송홧가루가 충북 괴산의 달천강을 노란색으로 수놓고 있다.
선임기자ss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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