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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0개 개성공단 협력업체에도 지원 손길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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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0개 개성공단 협력업체에도 지원 손길을… ”

입력
2016.05.19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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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폐쇄 100일] 파산 문턱 협력기업들 “구청이 자금 지원 자격 줘도 은행서 거부, 채권 압류…”

“여보, 지금 회사에 급히 돈이 필요해. 수술ㆍ입원비로 쓰고 남은 보험금 좀 있으면 보내줘. 미안해.”

정부가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을 발표하고 약 2개월이 지난 4월7일. 개성공단 입주기업의 협력업체였던 의류업체 홍진패션의 정종탁(58) 대표는 통관비용으로 4,500만원이 급하게 필요했다. 홍진패션은 브랜드를 가진 업체의 주문을 받아 납품하는 ‘주문자상표부착생산방식(OEM)’으로 사업을 해왔다. 주문을 받으면 원단 단추 지퍼 등 원부자재를 직접 구입해 개성공단 입주업체에 보내고, 그 곳에서 봉제 등 가공 작업을 마친 완제품을 받아 주문 업체에 납품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개성공단 가동 중단으로 일을 맡길 곳이 사라지자 중국 업체에 의류 제작을 맡겼다. 제품이 완성됐지만 한국으로 들여오는 데 통관료가 필요했고, 자금압박에 시달리던 정 대표는 급히 아내에게 연락한 것이다. 아내는 당일 오전 3,000만원을 보냈고, 그것으로도 부족해 오후에 1,200만원을 더 보냈다. 이 돈은 지난해 10월 암 진단을 받은 아내의 보험금이었다. 정 대표는 “아내가 암 전이 검사도 하고 치료를 받아야 해 보험금만큼은 절대 손 대지 않겠다고 수 차례 다짐했지만 방법이 없었다”며 울먹였다.

정부의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 이후 100일. 개성공단 기업들의 고통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개성공단 비상대책위원회가 지난 2월 120개 입주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고정자산(투자된 금액)과 재고자산(원부자재 등)을 합친 총 피해규모는 약 8,152억원. 입주 기업 외에 이들과 거래했던 약 5,000개(추정치) 협력업체들은 더욱 심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 입주기업보다 더 영세하지만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하는 사각 지대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친인척과 지인들에게서 돈을 빌려 근근이 버티고 있는 OEM 의류제조업체 홍진패션과 와이디아이가 대표적인 사례다.

개성공단 입주기업에서 3년간 일하다 2009년 홍진패션을 창업한 정 대표는 쓰러지기 직전이다. 임가공 물량 전부를 개성공단 입주기업 4곳에 맡겼기 때문에 타격이 컸다. 개성에 두고 나온 원부자재만 4억여원어치다. 임직원 7명의 인건비 등 한 달에 2,500만원 이상인 회사 운영비용을 가까스로 대고 있다. 그는 “아내 보험금, 아이들 적금, 지인 융자 등으로 1억6,000만원을 마련해 간신히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정 대표가 중국에서 들여온 의류 완제품을 납품하고 받을 대금(채권) 5억1,000만원에 대해 이달 초 원부자재 납품 기업들이 압류를 진행하면서 상황은 더욱 심각해졌다. 이 돈은 개성공단 가동 중단으로 인해 줄줄이 계약이 취소된 회사의 마지막 희망이었다. 정 대표는 “암에 걸려 치료에 전념해야 할 아내마저도 인근 복지관 식당에서 하루 5시간씩 일을 하고 있다”며 “아내에게 너무 미안하다”고 말했다.

OEM으로 골프티셔츠를 납품하는 와이디아이의 김진욱 대표도 지난해 11월 개성공단에 입주한 업체 두 곳과 임가공 계약을 맺고 올해 첫 제품을 납품 받기로 했다가 날벼락을 맞은 경우다. 그는 “한 업체는 2월 25일까지 티셔츠 3만7,555벌, 다른 업체는 2월17일까지 4만4,400벌을 납품하기로 했는데, 개성공단이 멈추면서 약 1만벌만 납품받았다”고 말했다. 개성에 묶인 나머지 티셔츠 7만벌의 원부자재 가격만 6억5,000만원 상당이다. 그 역시 급히 베트남의 한 임가공 업체를 찾아 4월말까지 납품키로 하고 새로 구입한 원부자재를 보냈지만, 아직 4만벌밖에 납품하지 못했다. 그는 “납품 기한을 넘기면 업체별로 지연 날짜에 따라 계약금의 0.5~20%를 결제 대금에서 공제하게 돼 있다”며 걱정했다.

김 대표도 심각한 자금난을 겪는 건 마찬가지다. 그는 지난 3월 구청을 찾아가 사정을 이야기했고, 구청으로부터 정부 정책자금(중소기업육성기금) 융자 대상 자격을 받았는데 정작 금융기관이 지원을 거부했다. 2014년 7월 기술보증기금에서 4억5,000만원을 대출받은 상태라 위험부담이 커 더 이상의 대출은 곤란하다는 이유였다. 김 대표는 “당시 회사 직원 하나가 본인이 살던 방3칸짜리 연립주택을 담보로 하라며 인감을 건네주기도 했지만 소용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아버지 아파트를 담보로 맡겨 일반 대출(3억원)을 받아 버티고 있다.

두 사람이 바라는 건 하나다. 정부가 개성공단 입주기업 등을 위해 내놓은 저리 융자 등의 지원책을 협력업체에게 일부라도 확대해 달라는 것이다. 정부는 지금까지 정부 승인을 받은 입주기업이나 영업기업에 대한 지원책을 내놨지만, 협력업체에 대해선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가장 직접적인 피해를 본 입주기업들을 정상화하는 게 급선무이고, 협력업체는 업종별로 다양해 범위를 규정하기도 곤란한데다 지원 여력도 부족하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회사 문을 닫고 싶지만 법인이 사라지면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할 것 같아 억울해서라도 버틸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글ㆍ사진 박민식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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