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더미 에너지 공기업 개편안
20일 공청회 거쳐 내달 초 확정
무리한 해외 자원개발로 빚더미에 앉은 에너지 공기업에 대해 정부가 칼을 빼 들었다. 한국석유공사와 한국가스공사를 합치거나 자원개발 기능을 한쪽으로 이관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9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해외 자원개발 추진체계 개편 방안’ 연구용역 보고서를 공개했다. 이를 토대로 산업부는 20일 서울 역삼동 해외자원개발협회에서 공청회를 열어 의견수렴한 뒤 다음달 초 최종 개편안을 확정 발표할 계획이다.
보고서를 작성한 딜로이트 안진 회계법인은 4가지 개편 방안을 제안했다. 이 중 석유공사와 가스공사를 통합하거나 석유공사의 석유자원개발 기능을 가스공사로 넘기는 방안 등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양사가 통합되면 자금 조달 능력이나 국제적 위상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가스공사의 유통ㆍ소매 기능과 양사의 탐사ㆍ개발 기능이 합쳐지면 경영의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기름값이 오르면 탐사ㆍ개발 부문이, 내려가면 유통ㆍ소매 부문에서 수익이 발생하는 경향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다만 통합할 경우 한쪽의 부실이 이전돼 동반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외 2가지 안은 석유자원개발 기능을 민간기업에 넘기거나 새로운 전문기업을 만드는 것인데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평가다. 보고서는 자산 규모, 하루 원유 생산량, 보유 광구 등 측면에서 국내 민간기업의 자원개발 역량이 석유공사보다 떨어진다고 평가했다. 민간기업이 공기업으로부터 넘겨받은 자산을 해외에 매각할 경우 국부 유출과 에너지 안보 약화 등에 대한 논란도 불거질 수 있다. 또 전문기업을 신설하는 것은 기존 사업의 비효율성을 해소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광물자원공사의 개편과 관련해서는 광물자원개발 전문 자회사를 신설하거나 자원개발 사업에 민간의 참여를 확대하는 2가지 방안이 제시됐다.
일각에서는 해외 자원개발을 지휘했던 정부가 책임을 지기는커녕 공기업들에게만 구조조정을 강요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장영진 산업부 에너지자원정책관은 “단기적 구조조정은 지난 3월 각 공기업들이 자체 안을 만들어 실행 중”이라며 “이번 작업은 중장기적으로 자원개발에 가장 효율적인 체계를 수립하기 위한 절차”라고 설명했다.
석유공사와 광물공사는 지난해 각각 4조5,000억원, 2조원의 적자를 내며 사상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다. 두 공사의 지난해 부채비율은 각각 453%, 6,905%에 달한다. 가스공사는 저유가가 호재로 작용해 지난해 적자는 면했지만 단기차입금이 약 3조9,000억원이다. 이들 공기업의 차입금 규모는 총 46조6,000억원에 이른다.
세종=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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