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의 개원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어느 정당도 과반의석을 확보하지 못했다. 정상적인 국회운영을 위해선 신의 한 수가 필요하다. 그 첫 번째 관문이 국회의장 선출이다. 국회의원 300명의 무기명투표로 다수득표자가 국회의장을 맡게 된다.
국민이 직접 선출하는 공직은 아니지만, 20대 국회의 위상과 역할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자리다. 그래서 국회의장은 선수(選數)나 권력욕보다는, 어떤 이유로 선출되었는지가 중요하다. 이번 총선에서 국민의 표심 또한 힘과 권위에 치우치지 않고, 이유 있는 3당 체제를 만들었다. 따라서 3당 앞에 놓여 있는 국회의장 선출은 총선 민의에 대한 정치권의 첫 번째 화답인 셈이다.
최근 한국회사여론연구소와 우리리서치가 공동으로 국민1,160명에게 국회의장의 개인 자질과 소속정당 선호도에 대한 여론조사를 했다. 질문1) ‘국회의장의 덕목’에 관해 물었다. ‘깨끗하고 청렴한 국회의원’ 43%, ‘여야를 아우를 수 있는 국회의원’ 35%, ‘정책능력이 뛰어난 국회의원’ 15%, ‘대선주자(당대표)급 국회의원’ 4% 순으로 나타났다. 질문2) ‘어느 정당에서 국회의장을 배출하는 것이 좋은지’를 물었다. ‘총선에서 1당이 된 더불어민주당’ 43%, ‘대통령이 소속되어 있는 집권당으로 새누리당’ 35%, ‘기타 정당 및 잘 모름’ 22%로 나타났다.
주목할 만한 점은 국회의장 자질에 대한 여론이다. 가장 높은 응답을 보인 ‘청렴’은 새누리당 지지기반인 대구경북지역과 국민의당 지지기반인 광주전라지역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또 민주화와 산업화를 경험했고, 지금은 부모공양을 하면서 정치경제적 의사결정권을 쥐고 있는 50대에서도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들은 이번 총선의 성격을 규정하고 결과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계층이다.
정치인에게 청렴은 3가지 기준으로 볼 수 있다. 첫째, 경제적 청렴으로 돈이 생기면 자기 호주머니보다는 언제나 다른 사람의 호주머니부터 걱정하는 정치인. 둘째, 정치적 청렴으로 권력이 생기면 계파의 이익과 당리당략보다는 언제나 국민의 이익과 공공의 이익을 앞세우는 정치인. 마지막으로 법률적 청렴 즉, 법 없어도 살 정치인일 것이다. 이러한 기준으로 국회의장을 선출하는 것이 3당 체제, 여소야대, 집권 4년 차 국회를 살리고, 정치를 살리는 길이다.
이러한 정치인이 있을까. 분명한 사실은 지금까지의 정치 환경으로 볼 때, 청렴에 대한 3가지 기준은 지명도 높은 대중 정치인이 갖춰야 할 필수 덕목이 아니었다. 힘없고 백 없는 진정한 흙수저 정치인, 좋은 것이 좋은 게 아니라 옳은 것이 좋은 것이라는 신념으로 살아온 정치인에 대한 국민적 관심은 좋은 정치를 위한 모두의 과제이다.
국회의장 선출은 기업 간 거래와 비슷하다. 국민의 눈치를 보며 성사시켜야 하는 정치업종 내부거래다. 그래서 3당이 총선에서 거둔 성과에 취해 국민 여론을 무시하고 당파, 계파의 힘으로 결정하려 든다면, 유권자의 기대는 오래가지 못할 것이다. ‘우리가 다수당이니까’ ‘나의 세력이 가장 크니까’ ‘나에게 가장 유리한 후보니까’라고 선출한다면, 민심은 돌아설 것이다.
청렴은 정치인의 도덕적 권위와 조직의 민주적 권위를 떠받치는 요소 중 하나다. 국회의장은 여야를 아우르고 국민에게 필요한 법제도를 통과시켜야 하는 자리다. 국회의장에게 청렴은 비전이고 능력이다. 가장 오랜 준비 기간이 필요한 자질로 숨길 수도 없고, 숨겨지지도 않는 내재적 판단 기준이다. 정약용의 목민심서에도 “청렴하지 않고서 수령 노릇을 잘할 수 있는 자는 없다”고 했다. 이 판단기준이라면, 크게 틀리는 법이 없을 듯싶다. 지금 국민이 청렴을 국회의장의 제일 덕목으로 원하고 있다. 300명의 국회의원, 어떻게 할 텐가.
최정묵 한국사회여론연구소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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