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행 난민들의 밀입국을 알선하는 브로커 조직이 한해 7조원에 달하는 수입을 벌어들이는 것으로 추산됐다. 브로커 조직은 매년 수천명의 목숨을 앗아갈 만큼 위험천만한 밀입국을 부추기며 막대한 부를 챙기는 데 그치지 않고 각종 범죄 행각에도 가담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유럽 공동경찰기구인 유로폴과 국제형사경찰기구 인터폴은 17일(현지시간) 유럽의 난민 장막 뒤에 형성된 거대한 밀입국 중개 시장을 고발하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밀입국 조직들은 난민들에게 유럽 도착을 알선해주는 대가로 50억~60억달러(약5조9,000억원~7조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에 도착한 난민 열 중 아홉은 ‘난민 브로커’를 통해 진입을 시도하는데 1명 당 최고 6,500달러(약770만원)의 비용을 난민 브로커에 지불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에만 아프리카, 중동 등지에서 약 100만명의 난민들이 유럽행 보트에 올라탔다.
난민 알선 시장은 소수의 조직들이 독과점 형태로 시장을 장악할 만큼 치밀하고도 은밀하게 운영되고 있다. 보고서는 난민 브로커 조직이 100여개 국가 출신의 구성원들을 갖춰 각국에서 네트워크를 공고히 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일종의 다국적 기업인 셈이다. 조직은 크게 주요 경로를 따라 밀입국 계획을 관리하는 지도자, 지역 단위의 관리자, 난민 모집 ·수송 등을 세부적으로 담당하는 기초 브로커로 구성돼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지역 관리자급은 난민들과 동일한 지역 출신의 인물들을 채용하고 있어 대규모 익사 사고와 같은 참사에 비난을 면치 못하게 됐다. 또한 유로폴ㆍ인터폴은 일부 브로커 조직들이 경쟁 과정에서 소규모 조직을 누르고 과점 형태로 시장을 지배해가는 데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유로폴ㆍ인터폴은 거대한 브로커들의 먹이사슬 아래에서 난민들만 희생자가 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지중해를 통해 유럽에 진입하는 도중 사망하는 ‘보트 피플’의 참사는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니다. 대부분 8~12미터 길이의 소형보트에 30~40명의 난민들을 태워 이동하는 방식을 택하는데 브로커 조직의 관리자들은 난민과 동승하지 않고 책임을 피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지난달 19일에도 이집트에서 이탈리아로 향하던 밀입국 선박의 침몰로 400여명의 난민이 사망한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국제이주기구(IOM)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부터 지난 15일까지 지중해를 통해 유럽 입국을 시도하다 사망한 난민만 1,357명으로 작년 전체 사망자(1,792명)의 76%에 달한다.
난민 브로커 조직들의 추가 불법 행위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브로커들의 80%가 문서위조, 강도 등의 재산 범죄, 마약 밀수와 같은 범죄를 병행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보고서는 “난민 밀입국 중개는 부정부패로 인해 국경 통제가 약화된 곳에서 이뤄진다는 점에서 마약, 무기 등 다른 밀수업과 대게 동시에 일어난다”며 “이미 밀수 행위를 하던 조직들이 난민 알선으로 추가 수입을 벌어들이는 형식”이라고 전했다. 브로커 조직들이 난민을 집결시키는 지점만 유럽연합(EU) 안팎에서 250여 곳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김정원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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