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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에라 고르다

입력
2016.05.19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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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할 오늘] 5월 19일

지구 자연환경의 축소판으로 알려진 멕시코 케레타로 주 시에라 고르다 지역. 1997년 5월 19일 '보호구역'으로 지정됐다. Sierragorda.net
지구 자연환경의 축소판으로 알려진 멕시코 케레타로 주 시에라 고르다 지역. 1997년 5월 19일 '보호구역'으로 지정됐다. Sierragorda.net

미국의 한 벤처회사가 애리조나 주 오라클 시에 ‘바이오스피어 2(Biosphere 2)’를 만든 건 1989년이었다. 외부와 격리ㆍ밀폐된 약 4,000평 인공지구 유리온실로, 그 안에 열대우림과 바다 사막 등 5가지 공간과 3,000여 종의 동·식물이 옮겨졌다. 과학자 등 8명이 거기서 자급자족하며 각종 생태·환경 연구를 진행한다는 게 당초 계획이었다. 바이오스피어 1은 물론 지구다.

2년 프로젝트로 91년 9월 시작된 연구는, 실패로 끝이 났다. 대기질 저하로 곤충의 개체수가 급감했고, 수분이 안 돼 개화에 차질이 빚어졌고, 광합성이 어려워져 대기질이 더 악화했고…, 실험자들의 정신적 문제까지 겹쳤다. 과학이 만든 그 ‘노아의 방주’는 현재 시설 소유권이 애리조나주립대로 넘어가 일종의 생태 디스토피아 관광시설로 활용되고 있다.

멕시코 케레타로 주 북부를 중심으로 인근 주 경계지역을 포괄하는 약 250㎢의 시에라 고르다(Sierra Gorda) 자연보호구역은 천연 바이오스피어 2로 불린다. 해발 고도 300m 저지대부터 3,100m에 이르는 고산지대까지 있고, 능선과 협곡이 고르고 분포하며 산타마리아 강 등 3개의 큰 강이 그 안을 흐른다. 멕시코만의 습기가 산맥에 부딪쳐 연평균 2,000mm의 강수량을 기록하는 열대우림이 있고, 서부 멕시코 고원지역처럼 연 350mm 내외 강수량의 준 사막도 있다. 헤아릴 수 없는 생물종이 서식하는 종다양성의 보고이기도 하다. 케라타로 지역이 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건 1997년 5월 19일이었다. 인근 과나후아토주 구역은 2007년 보호구역이 됐다.

최대 변수는 환경의 볼모로 잡힌 원주민 빈곤이다. 소를 기르고, 나무를 베다 팔고 농사를 짓는 전통적 삶의 방식을 어디까지 허용하고 또 규제해야 하느냐의 문제. 원주민 유출이 늘어났지만, 대도시에 나간 이들이 번 돈을 현지로 보내면서 트럭 등 자동차가 늘어났고, 집도 늘어났고, 쓰레기도 늘어났다. 외부 인구 유입도 늘었다. 그런 저런 이유로 화산 등 고원 생태계가 잘 보전된 히달고 주는 아직 보호구역 지정을 거부하고 있다. 지구온난화의 여파도 미쳐 산림 기생충이 번지기도 한다.

적지 않은 학자들은 지금 인류가, 언제 멎을지 모르는 장마를 방주도 없이 겁도 없이 맞고 있다고 여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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