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속 대상 업체에서 신용카드를 받아 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공무원이 3만원 이하 사용금액은 범죄 내역에서 빼달라며 항소했지만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인천의 한 구청에서 환경단속 업무를 담당한 A(54)씨는 2012년 3월 관내 폐수 수탁처리업체 대표 B(68)씨에게 “직원들과 회식할 때 사용할 수 있게 신용카드를 빌려달라”고 요구했다. A씨는 그때부터 2015년 7월까지 3년 4개월간 8,000만원이 넘는 금액을 카드로 결제했다. 그는 편의점이나 병원, 마트, 식당 등에서 1만원 이하를 긁기도 했고 한약을 짓거나 지방세를 내는 데에 30만원 이상을 쓰기도 했다. 골프클럽까지 무상으로 이용하다 적발된 A씨는 결국 뇌물수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A씨에게 징역 5년과 벌금 8,100여만원을 선고했다.
재판에 불복한 A씨는 “신용카드 내역 중 3만원 이하의 사용금은 친분관계로 준 의례적인 것이어서 뇌물에 해당하지 않으니 혐의사실에서 제외해 달라”며 항소했다. 하지만 법원은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고법 형사4부(부장 최재형)는 “B씨 회사의 단속업무를 맡은 공무원 A씨가 먼저 카드를 달라고 요구해 지속적으로 쓴 점에 비춰보면 카드 사용금액은 모두 A씨 직무와 관련성이 있는 것으로 인정된다”며 “3만원 이하만 구분해 친분 관계에서 제공된 금원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공무원이 뇌물을 받아 직무의 공정성에 대한 신뢰를 크게 훼손시켰고 뇌물을 받은 기간도 3년이 넘고 (카드사용과 골프클럽 이용 등) 챙긴 돈도 9,000만원을 넘는다”며 1심의 형량을 유지했다.
박지연 기자 jy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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