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 “경영권 방어 위한 것”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이 계열사 주식 수십만주를 차명으로 보유하다가 2014년말 동부건설 법정관리 전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일부를 처분한 혐의가 뒤늦게 드러나 검찰 수사를 받게 됐다.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유수홀딩스 회장) 일가가 최근 한진해운이 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를 신청하기 직전 보유 주식을 팔아치운 것과 유사해 대기업 오너의 도적적 해이 논란이 더 거세질 전망이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18일 정례회의를 열어 “동부그룹 김준기 회장이 계열사 주식 보유 및 매도 사실을 보고하지 않고, 주식 처분 과정에서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혐의에 대해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기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김 회장이 1990년대부터 20여년간 동부, 동부건설, 동부증권, 동부화재 등 4개 계열사 주식 수십만주를 차명으로 보유해온 사실을 확인하고 이날 증선위에 안건으로 넘겼다. 김 회장의 차명주식 보유 규모는 수백억원에 달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금감원 고위관계자는 “한국거래소로부터 이상 거래 자료를 넘겨받아 정밀 분석 작업을 벌이는 과정에서 김 회장의 차명주식 흔적을 파악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특히 김 회장이 차명으로 보유했던 동부건설 주식 처분 시점이 동부건설이 법정관리에 넘어간 2014년 12월말보다 한달 가량 앞서 이뤄진 점에 주목, 검찰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김 회장이 당시 처분한 동부건설 주식은 62만주로, 당시 시세로는 7억~8억원 수준이다. 그해 11월 1,300원대이던 주가는 이듬해 1월 800원대로 추락했다.
동부그룹 측은 김 회장이 차명주식을 보유했던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불공정거래가 아닌 경영권 방어 등의 목적으로 주식을 처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동부그룹 관계자는 “김 회장이 2011년에 차명주식을 자진신고 한 뒤 꾸준히 매각해왔다“며 “2014년 11월 정부가 금융실명제를 강화하면서 남아있던 동부건설 주식 매각하고 그 대금도 구조조정에 투입했는데 공교롭게도 한달여 뒤 동부건설이 법정관리에 들어간 것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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