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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재벌가 잇단 ‘먹튀’ 주식거래 혐의 엄벌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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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재벌가 잇단 ‘먹튀’ 주식거래 혐의 엄벌해야

입력
2016.05.1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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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이 계열사가 법정관리에 들어가기 직전에 내부정보를 이용해 보유주식을 처분한 혐의가 드러났다. 한진해운 채권단 공동관리 발표 직전 보유 주식을 같은 수법으로 팔아 치운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현 유수홀딩스 회장)에 이어 부실기업 관련 재벌가의 두 번째 ‘먹튀 사건’인 셈이다. 김 회장은 2014년 동부건설이 법정관리에 들어가기 직전 차명 보유한 동부건설 주식 대부분을 매각했다. 금융당국은 김 회장이 미공개 정보를 활용했다고 보고 사건을 검찰에 넘길 계획이다.

당시 김 회장이 팔아 치운 동부건설 주식가치는 수백 억 원대인 것으로 전해진다. 동부그룹 측은 “김 회장이 문제 주식을 판 시기는 2014년 10월로 법정관리 두 달 전이고, 금융실명제 개정안 시행에 따라 차명주식을 처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당국은 김 회장이 자본시장법 상 ‘내부자’로서 법정관리 불가피성 판단 등 미공개 정보를 불법 활용한 정황을 상당히 포착했다고 한다. 한진해운 최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회사 사정에 정통한 내부자와 ‘주식을 파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등의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은 사실까지 드러났다.

잇따른 주식부당 거래 혐의가 개탄스러운 것은 미공개 정보 활용이라는 범법행위 때문만이 아니다. 국내 재벌가는 평소 왜곡된 기업 지배구조에 기대어 보유지분보다 훨씬 막강한 ‘황제 경영권’을 휘둘러 왔다. 따라서 기업이 어려워지면 황제경영에 따른 책임도 지는 게 마땅하다. 하지만 혐의대로라면 김 회장 등은 위기에 빠진 회사를 살리려는 노력을 하기는커녕 제 보따리만 챙겨 도망치려고 다른 주주들에게 손실을 떠넘기는 몰염치한 짓을 저지른 셈이다.

안 그래도 해운ㆍ조선을 시작으로 한 한계 산업의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면서 대주주 책임론이 강조되고 있는 시점이다. 과거처럼 기업 회생을 위해 막대한 공공자금을 투입하고 근로자들을 대량 해고하면서도 정작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할 오너ㆍ대주주들은 슬그머니 면죄부를 받는 일을 되풀이 해서는 안 된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회사가 무너지는 상황 속에서도 일가 회사에 일감 몰아주기를 자행한 것으로 밝혀진 현대그룹 오너 일가의 도덕적 해이도 가볍지 않다.

오너나 대주주가 앞장서서 기업 부실에 책임을 지는 풍토를 진작하기 위해서라도 최 전 회장과 김 회장의 혐의를 끝까지 밝혀 엄벌해야 한다. 아울러 다른 구조조정 대상 기업에 대해 먼저 오너나 대주주의 책임부터 물을 방안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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