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자료로 항소심서 상습성 입증
징역 3년 6월·추징금 14억원 선고
회삿돈 수십억 원을 빼돌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원정도박을 한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이 선고된 장세주(63) 동국제강 회장에게 2심에선 상습도박 혐의가 추가로 인정됐다.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 이승련)는 18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ㆍ배임 및 상습도박 등의 혐의로 기소된 장 회장에게 1심과 같은 징역 3년6월을 선고했다. 추징금은 1심보다 9억 900여만원 늘어난 14억 1,900만원이다.
재판부는 1심에서 상습성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며 무죄로 본 상습도박 혐의를 이번에는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2003~2012년 1년에 한 번 꼴로 카지노를 방문해 도박성이 매우 높은 바카라 도박을 했고 방문할 때 투입한 도박시간이나 한 판당 베팅한 금액, 도박으로 잃거나 딴 돈의 규모를 살펴볼 때 상습성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앞서 검찰은 미국과 형사사법공조를 통해 호텔 카지노의 도박 관련 자료를 입수해 항소심 재판부에 제출했다.
반면 1심이 유죄로 인정했던 동국제강 미국지사 DKI 자금 횡령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회사 사원인 아들의 유학비용을 횡령이 아닌 통상의 사내 복지로 본 것이다. 재판부는 “동국제강이 해외연수 프로그램을 실시하며 임직원을 해외지사에 파견하거나 전보 발령해왔고 아들 장씨가 이 회사 사원으로 근무하던 중 DKI로 전보돼 미국 MBA 진학을 목표로 실제로 미국에 머물며 어학연수를 받았다”며 “다른 사원들에게도 제공되는 혜택을 받은 것이어서 횡령의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와 함께 여행자 수표를 구하는 과정에서 회사 직원과 아르바이트생까지 동원한 점 등을 고려할 때 범죄수익을 숨기려던 고의가 상당하다며 외국으로 빼돌린 금액 9억 900만원을 추가로 추징했다.
장 회장의 횡령을 도운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거래업체 K사 대표 김모(66)씨와 동국제강 인천제강소장을 지낸 김모(66)씨에겐 1심과 마찬가지로 각각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이 선고됐다.
정운호(51ㆍ수감 중)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는 항소심에서도 상습도박 혐의만 인정돼 징역 8월이 선고됐지만, 횡령ㆍ배임 범죄와 상습도박 혐의가 더해진 장 회장은 징역 3년6월을 선고 받았다. 이에 따라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정 대표가 횡령 혐의로 추가로 재판에 넘겨질 경우 형량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박지연 기자 jy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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