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비박 ‘네가 나가라’식 충돌
비상대책위원회 및 혁신위원회 출범 무산으로 내홍에 휩싸인 새누리당이 분당(分黨)이라는 절벽을 향해 내달리고 있다. 비박계는 “이건 정당이 아니고 패거리”라며 친박계를 내몰고 있고, 친박계는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라며 비박계를 밀어내고 있다. 당내에서는 불편한 동거가 한동안 이어질 수밖에 없겠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 말이 가까워 질수록 ‘황혼 분당’ 압력은 커질 것이라는 관측도 무성하다.
친박계와 비박계는 18일 표면적으로는 “분당 얘기는 지금 적절치 않다”면서도 사실상 ‘네가 나가라’라며 서로의 등을 떠밀었다. 친박계 김태흠 의원은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정당은 생각이 같은 사람들, 이념이 같은 사람들, 그 다음에 방향 점이 같은 사람들끼리 모이는 것 아니겠냐”고 비박계를 겨냥했다. 이장우 의원도 “집권 여당인데 정부를 흔들어대는 일을 계속하는 인사들이 당의 미래를 결정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거들었다. 두 사람은 정진석 원내대표의 비대위ㆍ혁신위 인선안에 반대하는 친박계 초재선 의원 연판장을 주도하는 등 친박계 목소리를 대변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비박계도 이번만큼은 그냥 넘길 수 없다는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혁신위원장직을 내던진 김용태 의원이 선도 탈당 후 중립지대에서 제3세력을 규합하는 시나리오까지 거론되고 있다. 김 의원은 19일 중대 발표를 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비박계 한 관계자는 “새누리당이 청와대 2중대로 전락하는 상황을 방치한다면 정권 재창출은 물 건너가는 셈”이라며 “박근혜 대통령이 정권재창출을 위해 탈당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양 계파가 정면 충돌하자 새누리당 비박계가 친박계와 결별한 이후 국민의당과 연합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도 다시 회자되기 시작했다. 때마침 정의화 국회의장이 제3지대에서 무소속 유승민 의원 등을 규합해 거대 중도정당을 추진 중이라는 관측이 나오던 터라 분당 시나리오에 더욱 관심이 쏠리는 모습이다.
하지만 친박ㆍ비박계간 내홍이 분당으로 귀결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분석이 아직은 우세하다. 보수정당이 분열해 성공한 전례가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1997년 이인제 의원이 한나라당 대선 경선 패배에 불복해 만든 국민신당은 1년을 넘기지 못하고 사라졌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002년 대선을 앞두고 제왕적 총재 제도를 비판하며 탈당해 만든 한국미래연합도 7개월여 만에 한나라당에 다시 통합됐다. 친이계와 친박계간 다툼이 격렬했던 2007년 대선 경선 국면, 2012년 19대 총선을 앞두고 친박계가 주도한 친이계 공천 학살 때도 탈당ㆍ분당 목소리가 컸지만, “네가 나가라”는 날선 공방만 시끄러웠을 뿐 실제 결행은 없었다. 새누리당 한 관계자는 “정치를 하려면 조직과 돈, 인재가 있어야 하는데 새누리당을 먼저 박차고 나가는 쪽이 모두 잃는 게임”이라고 설명했다.
때문에 결국은 친박계와 비박계가 균형점을 찾아 비대위를 재구성하는 선에서 타협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조기 전당대회는 가능성이 낮다는 의견이 많다. 사실상 최고위원회 역할을 하는 비대위 재구성의 경우 비대위원장을 누가 맡느냐 보다는 비대위 구성의 비율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친박계는 비대위에서 수적 우위를 차지해 사실상의 결정권을 쥐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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