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 “유동성 확보안 미흡” 압박
자구안 사실상 반려 가능성 내비쳐
삼성重 “금융당국 개입 과도” 반발

정부와 채권단의 압박 속에 지난 17일 자구계획안을 제출한 삼성중공업이 구조조정의 필요성과 강도 등을 놓고 채권단과 물밑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채권은행에 2조원대 긴급자금 지원을 요청했다”는 소문까지 돌자 삼성중공업은 ‘대우조선해양과 동급으로 매도 당한다’는 불만이 팽배한 상태. 하지만 채권단은 삼성중공업의 자구안에 회의적 반응을 보이며 선제 구조조정의 압박 수위를 한층 높이고 있다.
18일 채권단 관계자는 “삼성중공업이 제출한 자구안을 아직 검토 중이지만 유동성 확보 방안이 충분히 구체적이지 않아 보완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며 사실상 반려 가능성을 내비쳤다. 앞서 삼성중공업은 전날 ▦거제삼성호텔 등 매각을 통한 2,200억원 마련 ▦수주물량 감소에 따른 설비 감축 ▦인력 구조조정 방안 등을 담은 자구안을 제출했다. 삼성중공업 측은 이와 함께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단기 차입금에 대한 만기 연장 요청도 산은 측에 한 것으로 전해졌다.
채권단이 삼성중공업이 낸 자구안을 선뜻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은 그만큼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채권단 관계자는 “고정비용이 높은 조선업의 특성상 최근과 같은 수주 절벽이 이어질 경우 재무 건전성이 급속도로 악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삼성중공업은 여전히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금융당국의 개입이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정상기업인 삼성중공업에 채권은행 주도의 구조조정을 밀어붙이니 외국 선주들도 뭔가 문제가 있나 싶어 발주를 꺼리는 상황”이라며 “굳이 외부에서 개입하지 않아도 나름의 구조조정 방안을 세워 이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조선 빅3 가운데 작년말 기준 삼성중공업(309%)과 현대중공업(220%)의 부채비율은 대우조선해양(7,308%)보다 훨씬 양호하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이후 신규 수주가 한 척도 없는데다, 올해 만기를 맞는 단기차입금이 1조9,000억원에 달하는 삼성중공업에 대해 외부의 힘에 의한 구조조정은 불가피하다는 반론도 상당하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개별 기업, 특히 재벌 기업은 대주주 장악력 저하 등을 우려해 가능하면 사업 구조조정을 피하려는 속성이 있다”고 말했다.
‘개별 기업에 맡기는 것‘과 ‘시장에 맡기는 것’을 동일시해선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기업 자체적인 구조조정이 시장 논리에 따른 구조조정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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